소원이 짧아진 해

열일곱 번째

by 쿠키

균형

(均고를 균 衡저울 형)

1. 무게나 힘 따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고름.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새해가 되면 저마다 목표와 다짐을 한다. 올해는 이걸 꼭 이루겠다고, 저걸 꼭 해내겠다고.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건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그 목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균형은 무게나 힘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고른 상태를 말한다. 2026년은 병오년, 붉은말의 해이다. 말의 해여서 그런지 역동성, 추진력을 나타내는 새해 인사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목표를 향해 역동적으로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는 것.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속도를 찾아가는 것. 그렇게 나만의 균형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균형은 거창한 목표에서 오는 게 아니다. 마음속에 묻어둔 거대한 바람보다,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에서 균형은 시작된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목표를 세우지만, 정작 필요한 건 그 목표를 완주하기 위한 균형감각이다.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균형을 지켜내는 방법이다.



짧아진 소원

어렸을 때, 가족들과 새해 소원을 빌 때면 내가 가장 늦게 눈을 뜨곤 했다.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각자 소원을 빈 뒤, 가장 오랫동안 소원을 빌고 있는 나를 기다려주던 가족들의 시선이 생각난다.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과 둘이 새해를 맞다가, 올해는 본가에서 함께 보내게 되었다. 가족들과 하던 소원 빌기를 남편도 함께했다. 신기하게도 올해는 내가 빌었던 소원이 짧고 강했다. 한 문장으로 끝났으니.

예전엔 소원을 빌 때면 꽤 많은 소원을 빌었다. 이루고 싶고, 지키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런데 올해는 소원이 한 문장으로 끝났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소원을 짧고 간단하게 빌었던 내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욕심이 줄어든 걸까? 현실에 좀 더 집중하게 된 걸까? 노력과 마음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은 탓일까?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는 생각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닿는 표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점도 한 몫한다. 부모님의 건강과 가족의 평안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만 속삭이기보다는, 가족들에게 한 번 더 안부 전화를 하고, 가족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고민해 보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원빌기를 앞에 세워두고, 뒤에 숨어 마음속에 묻어둔 생각으로 잠깐의 위로를 받기보다는, 직접 실천하며 부대끼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실천을 직접 하며, 내가 빌어왔던 소원과 현실의 균형을 맞춰보려한다. 그렇기에 올해 나의 소원은 더 간편해진 것 같다.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 첫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일찍 몸을 일으켰다. 남편 출근길에 함께 집을 나섰다. 남편은 회사로, 나는 요가원으로. 남편이 타는 버스 정류장까지 수다를 이어가다, 버스가 도착하자 손을 흔들며 각자의 길로 향했다.

요가원에 도착했을 때, 보온병에 담긴 따뜻한 보이차와 은은한 인센스 향이 나를 맞았다. 왠지 편안해지는 분위기. 요가원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는 7년 전에 요가를 1년 정도 배운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요가 선생님들에게서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다른 선생님이어도 느껴지는, 평온해 보이는 그 분위기가 나를 편안하게 했다.

이번에 간 요가원은 1회 체험권으로 예약했다. 수업은 조금 힘들었지만,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나의 동작에 몰두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복잡했던 생각이 사라졌다. 그렇게 요가의 매력에 빠졌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 몸이 순환되는 느낌이 들어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수업을 마치고 연간 회원권을 등록하고 나왔다. 올해는 요기니가 되어 보기로. 요기니는 여성 요가 수행자를 뜻하는 요가 용어이다.


팀 스포츠와 개인 수련

남편은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구기 종목을 좋아한다. 특히 축구.

내가 저녁에 작업할 일이 남아있을 때면, 남편은 먼저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는데, 그때마다 '골 때리는 여자들(골때녀)'이라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골때녀는 일주일 내내 하는 프로그램이야?"

"아니,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프로그램인데!"

"매일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서, 나는 매일 하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네."

"ㅋㅋㅋ 내가 쪼개서 봐서 그래."


축구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남편 덕분에, 축구를 취미로 해볼 생각이 없냐는 말을 몇 년째 듣고 있는 중이다. 뭐든 같이 하길 좋아하는 남편은, 같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신혼 초부터 하고 있다. 하지만 수영, 헬스, 필라테스, 요가처럼 개인 종목 운동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팀스포츠를 좋아한다. 관심이 없는 종목이라도, 남편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면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게 관심을 갖고 경험해 보는 편인데, 축구는 쉽지 않았다. 남편을 위해서라도 도전해봐야 하나 싶지만, 우선 이번 새해 운동은 남편은 축구, 나는 요가. 이렇게 해보기로 했다.


저녁,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며 오늘 하루를 나눴다.

"오늘 요가 수업 어땠어?"

"너무 좋았어. 순환되는 느낌도 들고, 하고 나니까 몸이 가벼워지더라.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까 생각이 비워지는 느낌?"

"오~ 쿠키한테 딱이다. 생각 비워내는 거 하고 싶어 했잖아. 명상처럼!"

"맞아.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비워내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수련해보고 싶었거든."

"잘됐다. 올해는 꾸준히 요가해보는 걸로."

"응. 오빠도 얼른 축구 등록하고, 같이 꾸준히 해보자~"



각자의 균형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몸의 균형을 맞추고 생각을 비워내는 요가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좀 더 역동적인 운동이 필요했던 것 같다.

같은 '균형'을 찾고 있었지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혼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남편은 사람들과 함께 뛰며.

올해는 운동을 꾸준히 해보기로 다짐해 본다. 요가와 축구 모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하기로.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꾸준히 운동하는 2026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균형이란 누군가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마음속에 묻어둔 소원보다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균형을 지키는 일도 거창한 목표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요가 매트를 펴는 것, 축구화 끈을 묶는 것 같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에필로그-

올해 새해 소원이 짧아진 것도 어쩌면 나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작은 실천들을 쌓아가는 것. 그게 진짜 균형 잡힌 삶이 아닐까 생각해요.

삶에서 균형 잡기란 쉽지 않겠지만, 우리 각자의 방법으로 실천해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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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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