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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야 20년 직장생활 설계, 그리고 은퇴준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by 찐보아이

나이 40세를 흔히 "불혹(不惑)"이라 한다.

한자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이렇게 나온다.


不惑 불혹

1 미혹(迷惑)되지 아니함.

2 마흔 살을 달리 이르는 말.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孔子)가 마흔 살부터 세상일(世上-)에 미혹(迷惑)되지 않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출처: 네이버 한자사전)


나이 40세. 불혹.

"미혹되지 아니하는 나이"

흔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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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혹되지 않는 나이.

사십.

그리고 나.



#. 길어야 20년 직장생활 설계, 그리고 은퇴준비에 대하여


보통 직장인들은 만 60세를 기준으로 퇴직을 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만 60세가 되면 퇴직을 한다. 60세까지 직장생활에 헌신적으로 몸 바쳐도 막상 직장이라는 사회적 명함이 사라지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내 인생을 위해서 나는 무얼 했지?
나에게 뭘 해줬지?
내가 나를 어떻게 키워냈지?
.
.
.
내가 만들어낸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나이 마흔, 길어야 직장생활 20년!

직장에 열 올리고 헌신하고 또 그 속에서 상처받거나 노여워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다 벗어던져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

직장 아닌가?

온전히 내 이름 석자가 남겨졌을 때, 가치 있는 무언가가 남아있을 것인가?

최소한

그렇게 살아내려고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해봤을까?

.

.

이제부터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봐야 할 것 같다.

sticker sticker

'불혹'이라는 나이답게

'미혹'되지 않는 삶답게

.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

.

씩씩하게!




승급에서 매번 밀리는 나이 많고 히스테리 부리는 이상한 6급 기계팀장:

"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지만 어쩌겠습니까. 5급 승진 비법 좀 알려주십시오."

상대방: ....................................

승급에서 매번 밀리는 나이 많고 히스테리 부리는 이상한 6급 기계팀장:
"저는 진짜 괜찮습니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빨리 승진할 수 있었던 겁니까? 저는 글러먹은 것 같습니다.(너스레 헤헤)"

상대방: ..............................................................

승급에서 매번 밀리는 나이 많고 히스테리 부리는 이상한 6급 기계팀장: "네 알겠습니다. 저도 업무가 바쁘니 이제 끊겠습니다. "

내 뒷자리 우리 과 과장님 왈.

"또 시작했구먼"

...

하루 종일 승진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저런 식으로 전화를 끊어대는 이상한 기계팀장이 우리 조직에 있다. 나이와 연차에도 불구하고, 노력한 승진 시험에도 매번 낙방을 하고, 자기 비하 대신에 승진한 사람에게 저런 식으로 전화를 걸어 마음에도 없는 축하 인사를 하고 연거푸 하루 종일 혼잣말을 한다.

나이도 아주 많고 평소에도 이상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나보다 나이 많고 나보다 더 뼛속깊이 공무원인 그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한심하다."


또 나름대로 사연 있을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심하다."


직장생활 뭐라고 저런 식으로 자기 자신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저렇게 혼자 깎아먹고 있나?

평생을 공무원으로 사명감 있게 살아왔는지 아닌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판단할 바 아니지만

바깥물에 있다가 공직에 온 사람으로서 바라보기에 굉장히 한.심.하.다.

고인 물속에서 그 세상 밖에 모르는 사람 같았다. 사실, 퇴직을 몇 년 안 남긴 분이기도 해서 그래서 더 승진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구도 안 잘리는 조직이다 보니 저렇게 배 째라 행동을 서슴없이 해대는 것 같아 보였다. 속으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미친놈)

이 답답~한 조직! 그리고 저렇게 답답~한 사람.

내가 내린 결론

"답 없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가 겪은 공무원 조직과 공무원 생활 속에 내가 내린 결론은 아쉽게도

"답 없다."이다.

근본적으로 여기 조직에 앞 뒤가 막혀있다.

깜짝 놀랐다.

지랄지랄하는 팀장부터 시작해 가지고 꼰대 부리는 옆팀장, 승진에 목매는 히스테리 팀장 등등 누구 하나 멀쩡하다고 손꼽기 어려울 만큼 이 조직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사람이 많고,

이 속에서 다들 어떻게 잘 살아왔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한 공무원 조직이 혹시 내가 몸담은 곳과 비슷하다면

혹시 그런 조직 속에 계신 공무원이라면.

(박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관에 이 쓰레기 같은 조직 문화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견뎌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진심 어린 인사를 시민으로서 드리고 싶다.

정말로 진심이다.


나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타인의 시선일 수는 없다. 나도 이제 이 조직에 몸 담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진흙탕 같이 질퍽이고 답답한 곳에서 내가 연꽃처럼 살아내려면

나는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를 요즘 고민한다.

내가 연꽃처럼 고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40 먹도록 사회의 고인 물일 수 있고 세상 때 묻은 진흙일 수 있지만

적어도 고인 물과 진흙 속에 매몰된 40대로 60세 정년을 맞이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20년 직장생활 설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해보려 한다.

물론,

관계 속에서

그리고 조직 속에서 자유롭진 못하겠지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주체적인 시선을 가져보려고 의식한다.

.

.

나는 40세의 9급 공무원이지만

40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9급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 인생에서 10대가 지났고 20대가 지났고 30대가 지나 맞이한 40세의 이 시점에서

바라본 내 인생의 주체성에 대하여

무소의 뿔처럼 미혹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지랄지랄하는 팀장이.

질퍽이는 조직문화가.

나를 또 한 뼘 성숙하게 한다.


고~오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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