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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회 건축시공기술사 시험(25.08.23)

전문 국가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다. 그리고 사명감에 대하여.

by 찐보아이

지번주 휴재였던 이유는 바로 건축시공기술사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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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험이 아니었다. 지난번회 1000명중에 10내외가 뽑히는 시험인데 저번 136회 시험에 140명 넘게 뽑혀서인지 이번에 난이도도 너무 어렵고, 공부한 게 무색해질 정도였다.

나는 기분전환도 해 볼겸! 제주도에 가서 시험을 봤다.

역시나 전문직 시험도 공무원 시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만만치 않았다.

세상에 쉬운게 하나도 없다.

욕심을 내면 낼 수록 본인이 넘어야 할 산의 높이는 높아만 진다 .

나이 40에 산의 중턱에 머물러 쉬기도 바쁜 이때에

나는 왜 숨가빠지게 높이 오르려고만 할까?

산의 중턱의 평상에 앉아 여유롭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그럴까?

나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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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고찰.

그리고

시공기술사 시험을 치르며 깨달은 것들에 대하여)



전문직 국가자격증 시험을 응시하려고 했던 이유는 9급 공무원에서 큰 매력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낮은 급여, 지랄 맞은 팀장, 갑갑한 조직문화에서 40세 공무원이 60세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고 마냥 좋아하기에는 뭐랄까.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힘들다기보다는 지금의 부족함을 버티는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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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호텔방 안에서 옷걸이로 외워야 할 것 스케치북 4장을 TV에 걸어두고 보여지는 키워드로 계속 떠올려보는 연습을 했다. 저 광경을 보며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이무진 가수의 <청춘만화> 노래를 들었는데 삶의 이런 장면이야 말로 청춘(?)은 아니지만 내 삶의 "명장면이구나" 생각했다.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공부로서 인생이 많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봤기에 심신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 스스로 공부를 하는 습관이 든 것 같다. 어렵지만 해내면 위로받기도 하고 또 힘든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

기술사 공부를 한번 해보니 진짜 열심히 해야 겨우 주관식 한페이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저정도 안할 수가 없다. (보통 볼펜 몇 십개씩 쓰고 붙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멀었다)

다음 날 아침 (8월23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주관식 서술시험을 봤다.

지칠 법도 한데 시험을 다 치루고 지치기 보다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것 처럼 얼떨떨 하였다.

시험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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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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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게 나오면 붙고 아니면 꽝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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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나의 지금을 버티는 힘을 주었고 기술자가 되어가는 과정의 그 첫 단추를 끼운 역사적인 날이였기 때문이다.

시험장 밖을 나오니 폭염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그 때문에 팔뚝이 살짝 따가웠으며 시원한 곳에서 나온 탓에 안경은 살짝 뿌옇게 되었다. 뿌연 안경 너머로 시험장 앞 야자수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건 명장면이 될거야"
이무진 <청춘만화> 노래가 또 절로 흥얼거려졌다.

(그래,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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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벅투벅 시험장 밖을 걸어오며 8월 말, 폭염의 제주 햇살을 최대한 아껴 밟았다.

햇살을 한걸음 한걸음 즈려 밟을 때마다 공허함이 조금 가라앉고

평온함이 찾아왔다.

힘내자.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가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사람.
대단하네.
그냥 이 자체로 대단하네


스스로 위로해주었다.

도전이라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어쩔 때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심신에 좋을 때가 많다.

도전을 하다보면 무리를 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받고

또 무엇보다 어린 나이가 아니라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의 인생에서 도전했던 것들을 뒤돌아보면 그 시간 내가 도전해서

손해본 게 하나도 없다.

지금의 이 기술사시험 도전도 훗날 뒤를 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며칠 또 쉬고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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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를 1화부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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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드라마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거기에 천장미 간호사가 날새고 힘들게 일하는 레지던트 의사를 위로해주며 이런말을 한다.


천장미 간호사: 죄송해요. 제가 위로를 잘 할줄 몰라가지고.
저 선생님 도망갈까봐 너무 쫄았다 말이에요
장재원 레지던트: 도망안가요
천지원 간호사: 쌤보면요. 예전의 저 보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아오. 알아주지도 않는데 왜 이 고생 내가 왜 해야해? 라는 생각 진짜 많이 했는데
우리가 인정받자고 하는거 아니잖아요. 보상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저봐요. 내가 슈퍼 히어로라서 시니어 5년차인가
누군가는 해야되는데 하필이면 나인 거고
하필이면 재원쌤인거고!
우리 그냥 잘 버텨봐요!


우와.. 명대사이다.

공공의 일은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인 거고.'

나 또한 공무원으로서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인거고.

하필이면 나인거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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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텨봐야겠다는 힘이 났다.

.

.

낮은 급여, 지랄맞는 팀장을 버티는 것이 아니고

사명감으로서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임을 알고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한 일임을 인식하고

잘 버텨보자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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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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