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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회생활 만랩, 9급 공무원

팀장님의 부친상

by 찐보아이
앞서 많은 언급이 많았던 지랄 맞은 팀장님이지만 부친상을 당하셨다. 팀원으로서 전북 익산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나는 회사에서 출발하는 차를 타지 못할 상황. (시간이 안 맞아서)
그럼 나는 조의금만 보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따로 익산까지 가야 하는 것인가?
어떤 것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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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겪은 공무원 사회에서의 정답은 2번.

"개인적으로라도 따로 익산까지 가야 한다."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고 누구도 그에 대해 뭐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겪은 에피소드에 의하면 2번이 백번 천 번 맞았다.


뒤늦게 알게 되었다.

뒷말들이 정말 많았음을.


몰랐는데

그중에 나는 조금 영웅처럼 되어있었다.




나: 신랑, 나 팀장님 부친상 때문에 익산에 가야 하는데 기차 타고 다녀올게. 애들 잘 보고 있어~!

신랑: 흠. 오며 가며 시간 쓰는데 나도 가도 되면! 태워다 줄게!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다같이 다녀오자.

나: 나만 다녀올게! 괜찮아.

신랑: 같이 가.

그렇게 네 식구가 새벽같이 출동해서 전북 익산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팀장님 아이가 3살인 것을 감안하여 경황이 없으실 것 같아서 첫 아이가 쓰던 자동차 장난감을 좀 챙겨갔다.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은 아니고 장례식장에서 3살 아이가 혹시라도 심심할까봐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었다.


(장례식장 도착)


나: 팀장님, 안녕하세요. 시간이 안 맞아서 동료들과 못 오고 가족이 따로 왔어요. 여기 신랑이고 저희 아이들이에요.

팀장님: 먼 길까지 와줘서 고마워.

나: 아니 뭘요. 기운 내세요. 팀장님. 혹시 아이가 심심해할까 봐 급하게 집에 있는 장난감을 좀 챙겨 왔어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팀장님: 고마워!



팀장님 아이는 내 예상대로 장례식장에서 장난 감 없이 놀고 있었다. 내가 가져온 장난감을 받고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지랄 맞은 팀장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위로를 건네는 게 맞다. 나도 미운 마음이 전혀 없었다. 도움이 되어 좋은 마음이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네 가족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운전해 준 신랑에게 고맙기도 하고 낯설고 불편했을 텐데 장례식장에 같이 머물러 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 출근 후 점심시간)


동료주무관 A 씨: " 주무관님 어제 혼자서 애 둘을 데리고 기차 타고 팀장님 장례식장에 다녀가셨다면서요!!!!???"

나: 아니! 나 신랑차 타고 아침에 다녀왔는데??

동료주무관 A 씨: 엇, 제가 듣기로는 주무관님이 혼자서 애 둘을 데리고 새벽같이 익산까지 다녀오셨다고 해가지고 다들 대단하다고 했어요. 근데 그렇게 따로 다녀오신 거 진짜 잘하신 거예요!!



나: 왜?

동료주무관 A 씨: 옆 B팀장님 있잖아요. 주무관님 안 보인다고, 신입 하나 안 보인다고 고래고래 소리치셨는데 누가 무슨 소리냐고 주무관님, 기차 타고 애 둘데리고 새벽같이 왔다 갔다고 이야기했더니 역시 경력신입이라 사회생활 남다르다며 칭찬했잖아요. 안 다녀오셨음 어쩔 뻔했어요. 여기 그런 곳이더라고요! 진짜 잘하셨어요!

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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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런 곳이구나
소문은 좀 와전된 것 같지만 다행이구만..

(옆 B팀장. 안 되겠네)





어느 조직이나 조직원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중요하다.

기쁨은 배로, 슬픔은 반으로 나눌 수 있는 동료애는 조직생활에서 너무너무 중요하다.

어쨌거나 이번 팀장님 부친상을 계기로 공무원 사회의 일면을 다시금 봤다.

내가 다른 회사에 다닐 때는 사실 조의금만 보내도 되는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물론 그래도 되긴 하지만 조금 더 헌신적인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경조사 휴가 마치고 팀장님이 출근을 하셨다)


(바리바리)
팀장님 왈: 잠깐 나 이것좀 받아줘.

나: 네! 이게 뭐에요?

팀장님 왈: 둘째 아직 어리잖아. 이거 다 자기꺼야.
애기 수영복이랑, 아기의자 집에서 챙겨왔어! 다음에 차 있는 날 가져가.

나: (오~) 저희 애기꺼 챙겨다 주신거에요?

팀장님 왈: 응.

나: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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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있네!


장례식장에 내가 가져간 3살 아이의 장난감이 팀장님에게는 깊은 울림이 되었나보다. 덕분에 애기 옷, 아기의자가 생겼다. 관계속에서 마냥 나쁘지도 않고 또 언젠가는 이렇게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구나.


마흔 신입에 새삼스럽게 또 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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