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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말고 차라리 전문직 시험을 봤다면 어땠을까?

지난 선택에 대한 회상

by 찐보아이
나: 이 근처 먹을 데가 많이 없긴 한데 그래도 아래 두 군데 정도 있더라고요. 수고 많으셨는데 이따 같이 점심 드실래요? 혹시 불편하시면 따로 먹어도 좋아요.
(지자체 협업으로 건물 합동조사 중에 처음 만난 사기업 청년 연구원에게 내가 건넨 말이다. 거절하면 어쩔 수 없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더운 날 고생했는데 그래도 내가 밥을 사 주고 싶었다.)

출장에서 지자체 협업으로 파트너로 만난 환경 회사 연구원: (흔쾌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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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래요! 그럼 이따 조사 끝내고 같이 내려가요!

그지 같은 조직 생활 속에 바깥 활동은 그래도 보람되다.

또 이렇게 바깥에 나와서 일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새로운 대화는

언제나 프레시하다.




#. 공무원 시험 말고 차리리 전문직 시험을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전 직장에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설움을 받고 퇴사를 결심했을 때, 앞으로 무얼 하며 살까? 독서실에서 멍하니 고민할 때, 나는 왜 공무원시험만 먼저 떠올렸을까? 공인중개사 시험도 있고 여러 가지 전문직 시험이 많이 있었을 텐데 왜 공무원시험을 보려 했을까?

다녀보니, 급여도 반토막이고 조직도 너무 꽉 막혀있고, 팀장도 너무 지랄 맞으며, 야근 또한 많은데 이곳에서도무지 매리트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데 '아. 그때의 나는 왜 공무원 시험만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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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좋은 시험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인중개사도 있고, 약전, 의전, 로스쿨 시험도 있고, 등등.

공부를 잘하는 타입은 못되지만 7전 8기 등의 의지로 살아온 내 삶은

느리고 또 느렸지만 성과는 늘 이루어왔다.

그런 의지라면 공무원 말고라도 뭐든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20대 끝에 분수에 맞지 않는 의지로 약학전문시험을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약사가 되면 좋을 것 같았다.

흰 가운도 멋있는 것 같고 피를 보거나 직접적인 시술은 하지 않으니 내 적성에도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때에는 도전하지 못했다. 엄두가 안나기도 했고, "내가 감히"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차라리 20대 그때 약학전문대학원에 도전해 볼걸!

왜 겁쟁이처럼 어려워서 못한다고만 생각했을까.

그때부터 만약에 10년 걸려서 붙었다 하더라도 벌써 붙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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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후회하는 것은 아닌데 자꾸만 지난날 선택에 대한 회상이 계속 맴도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지자체 협업으로 만난 사기업 청년 연구원은 진취적이고 밝았다. 같이 돈가스 집에 갔는데 테이블에 큐알코드가 있었고 그 연구원은 갑자기 큐알을 찍더니 인스타 응모(?)를 하고 사장님께 사이다를 서비스로 받아 내 컵에 음료를 부어주었다.


나 : 오~~~ 대단한데요!
청년 연구원: 이런 행사가 있으면 다 해야죠. 맛있게 더 먹으면 좋잖아요.
나: 훌륭합니다!! ^^


( 확실히 밝은 사람이었다. 지자체 공무원인 나와 처음 만나 같이 밥 먹는 것 자체도 불편할 수 있는 자리에서 허물없이 테이블에서 인스타 응모를 하고 음료수를 건네받아 나누어 준다는 것은 그 연구원만의 밝음이 아니었다면 보통은 어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나: 연구원님, 회사 마음에 드세요? 일은 할만하세요? 나이가 어려 보이시는데 다른 곳 혹시 준비하는 곳 있어요?

청년연구원: 안 그래도 이곳은 경험 쌓고 있고요. 좀 더 큰 대기업 저번주에 최종면접 다녀왔어요.

나: 오~~ 능력자시네요!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청년연구원: 공무원 일은 어떠세요? 적성에 맞으세요?

나: 모르겠어요. 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는데 차라리 전문직 시험을 다시 볼까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정년도 없는 일, 조직 없이 개인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요.

청년 연구원: 전문직이요? 어떤 거요?

나: 옛날에 약학전문대학원 가보려 했는데 지금이라도 준비해 볼까 해서요. 공무원은 다니면서요!

청년연구원: 음~~! 주무관님, 뭐든 잘하실 것 같긴 한데요. 인생의 시간이라는 게 있잖아요. 건축 이제껏 잘 쌓아오셨는데 다시 다른 분야를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약학전문대학원 준비하고 학교 다니고 면허 따고 하면 또 10년은 걸리실 텐데 그 시간 너무 아까워요.

나: (띠용, 맞네. 이 청년 말이 맞네. 인생의 시간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맞아요. 맞는 말씀이에요. 어린데 어쩜 그렇게 현명해요??!!!

청년연구원: 아니에요. 그냥 드는 생각을 말씀드린 거예요. 주무관님, 저희 회사랑 집 가깝다고 하셨죠? 이따 바로 퇴근하시면은 태워다 드릴게요! 타고 가세요. 어차피 저는 장비가 있어서 회사 들어가야 하거든요!

나: (오~~~~~어쩜 이렇게 밝고 착하기까지 하지?!)

고맙습니다..



나이 어린 20대 밝은 청년의 싹싹함과 프레시한 대화로 오늘 하루 기분 아주아주 맑음 또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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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중에 만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내가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바깥에 나와서 이렇게 일하지 않았다면 이런 인연도 없고, 기회도 없다.

공무원이 돈을 조금 주네마네 하고 또 조직이 좋네 마네 해도 이렇게 사회적으로 나와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일로써 맺게 되는 동료와의 우정은 분명히 직장생활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청년 연구원이 식사테이블에서 갑자기 인스타 응모를 하고 사이다를 나에게 부어주는 순간부터 나는 낯선 사람에 대한 벽이 조금 허물어졌고 그 덕에 또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인생의 시간이라는 게 정해져 있고 사람의 삶은 무한하지 않은데
내가 20년 이상 공부해 온 건축이라는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그 청년 연구원의 말처럼.

아얘 다른 분야를 하면 너무 아까우니까.

지금의 내 분야에서 전문직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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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술사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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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기술사가 있었네!!

기술분야 최고 권위 자격증

"기술사"사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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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나는 경력도 되니까 바로 기술사 시험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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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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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버티게 해 줄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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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기술사공무원으로 거듭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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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도망가고 싶지 않아서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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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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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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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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