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뼈저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다른 사람들도 원하고 물량이 한정적일 때이다. 누구는 명품 샤넬 매장 앞에 새벽부터 기다려 오픈런을 시도하고, 어떤 이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한 제품을 사기 위해 캠핑용 의자와 밤을 지새운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몇 시간이고 줄을 서기도 한다. 아기를 키울 때도, 식물을 기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식물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화분에 관심이 갔다. 식물은 죽지만 화분은 항상 그 자리에서 식물을 기다렸다. 디자인은 심플했다. 어느 식물이나 잘 어울렸다. 마치 맛집은 간이 심심하지도 짜지도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과 유사했다. 처음엔 이름도 어려웠다.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프랑스어 비슷한 글자였다. 화분이라는 특성상 손으로 만드는데 수량의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오프라인 판매와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는데 매번 1분 아니, 몇 초 컷으로 게임이 끝나버린다. 취급처가 전국에 3개 정도 있어, 어떤 이는 서울에서 남부지방까지, 제주까지 발걸음을 옮겨서 얻는 것이 그 화분이었다.
쉽게 살 수 없기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자 커뮤니티를 가입하게 되었다. 온라인 카페에서 다양한 용어 먼저 익혔다. 카페에서는 '달리기'라는 걸 하고 있었고, '줍줍'이라는 용어도 익혔다. 달리기는 온라인 상에서 댓글로 달리는 것이었다. 달리기에는 상품이 있어 '몇 시 몇 분 몇 번째'로 댓글을 남기면 식물에서부터 구하기 힘든 화분까지 상품으로 얻을 수 있었다. 진짜 달리기보다 흥미롭고 진땀 나고 숨찬 달리기였다.
'줍줍'은 '줍다'에서 나온 말로, 온라인 판매가 끝나고 나면 배송 중 파손을 대비한 안전재고를 풀 때,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 그 안전 재고를 풀지 모른다는 것이다. 보통은 배송이 다 끝나고 사장님이 풀고 싶은 시간에 오픈하는 것이라, 시간과 날짜 예측이 불가했다.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 종일 새로고침을 해보다가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카페에 공유했다.
오프라인 판매는 당일에 판매 공지를 보고 가면 번호표를 줬었다. 오전에 공지를 보고 가도 네다섯 시간을 기다려, 오후 퇴근시간이 다 돼서야 구매할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길바닥에서 낭비하는 시간 때문인지 오프라인 구매도 온라인에서 먼저 예약에 '성공'해야 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었다. 오프라인도 온라인화 된 것이다. 수강신청이나 BTS, 나훈아 콘서트 예매하는 것보다 어렵다. 눈앞에 예매시간이 뜨는 걸 보기 도전에 예매는 끝나버린다.
육아용품에서도 화분 같은 제품들이 있다. 아기의 성장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제품들이 많다. 사용 횟수가 가장 많은 제품은 아무래도 젖병이 아닐까 싶다. 모유를 먹는 아기가 아니라면 하루에도 적게는 4번, 많게는 8번 정도 사용하는 제품이다. 젖병도 여러 재질이 있다. 플라스틱도 그냥 플라스틱, 열에 강한 플라스틱 그리고 유리 젖병이 있다. 유리 젖병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변형 없이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파손 가능성이 있다. 한 브랜드는 유리 젖병에 옷 같은 걸 입혀서 보온유지와 파손 위험을 줄여주는 제품을 판매한다. 몇 달을 기다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기에 맞춰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제품 출시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식물을 위한 것이 화분인데 식물보다 화분이 우선될 때도 있고, 젖병은 아기를 위한 건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어떤 제품이든 대체제가 있기 마련인데, 문제는 한번 눈이 높아진 이상 쉽게 낮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해서 그 대체 제품 역시 인기가 많다.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채워지지 않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까지 화분이나 리미티드 아이템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짧은 자기반성도 해본다. 아직까지는 리미티드에 헤어 나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