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보드게임에서는 기부를 하면, 주사위를 던질 수 있는 기회를 더 준다. 특정 구간을 지나면 돈을 지급받게 되는데, 주사위를 여러 번 던지는 것 자체가 이득이 된다. 보드게임에서의 기부는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나눌수록 더 부자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기부와 나눔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기부란 막연하게 빌 게이츠처럼 엄청난 거부가 되어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버려지는 아이들, 베이비 박스 60일의 기록, KBS 스페셜’을 보고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명씩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의 다큐멘터리였다. 아기를 낳고 나니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 확대되었다. 그 뒤로 <보육원에서 본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사진 한 장 보고 마음이 쓰라렸다. 아기들 10명 정도가 누워서 고개를 들고 TV를 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의 상황은 보육원 아기들이 사람들과 눈 맞춤을 하고 싶은데 돌봐주는 봉사자 엄마들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TV 속 사람 들고 눈 맞춤을 하려고 뒤집기를 하고 고개를 들어보고 있는 것이었다. 사진 상에는 어른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되었다 하더라도, 17명의 아기가 누워있는 방에 복지사 엄마들의 손이 얼마나 부족할지는 예상되었다.
아기를 낳고 나니, 내 아이가 소중하듯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다 소중해 보였다. 가지고 있는 자원과 시간을 봤을 때,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금전적인 것이었다. 영유아 관련 단체 두 곳에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기부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100일이 되었을 때 큰탈 없이 커주기도 했고, 아기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어 기부하던 곳 중 한 곳에 100만 원을 기부했다. 기부를 하다니, 출산 후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다.
식물 세계에서도 기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흔히 ‘나눔’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커뮤니티에서 혹은 블로그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물부터 비싼 식물까지 다양하다. 나눔의 명분도 등업을 해서, 기분이 좋아서, 집에 좋은 일이 있어서, 그냥 하는 나눔 등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집에 있는 80개의 화분 역시 나눔 받은 것들이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이리저리 많은 나눔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얼른 키워서 재나눔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식물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부, 나눔 그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선택이라는 것도 알았다. 재능 나눔이라는 것도 시작하게 되었다. 재능 나눔을 하다 보니 계속해서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누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면서 또 나누면서 1mm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