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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화원 Oct 24. 2021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엄마가 처음이다. 다섯 명의 조카 덕분에 고모는 무수히 돼봤지만 엄마가 되는 건 처음이다. 아기도 세상이 처음이지만, 아기와 함께하는 세상은 나 역시 처음이다. 누가 친절히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는다. 몸으로 부딪히고 스스로 찾아보면서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조리원은 천국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떠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아기 똥 기저귀를 어떻게 갈아야 할지, 분유는 한 스푼에 물이 몇 ml 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머릿속이 하얘졌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일부 회사에서는 신입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공고가 종종 보인다. 모두 경력자를 원한다면 경력을 쌓기 위한 신입자는 어디서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까. 신입 엄마에게도 경력을 요구한다. 초보 엄마에게도 엄마라면 이런 것쯤은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 아기의 발달은 월령에 맞는지, 행동은 정상 범주 안에 있는 것인지 등 무수한 질문을 받지만, 엄마도 배우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유아교육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소아과 공부는 문턱도 닿이지 않았다.


신입 엄마가 수많은 선택지에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쉽게 현혹당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각종 ‘국민 아이템’이다. 국민 기저귀 쓰레기통, 국민 아기띠, 국민 문짝, 국민 치발기, 국민 튤립 등 아기가 먹는 젖꼭지부터 가지고 노는 장난감까지 성공이 보장된 아이템들이 있다.


실패에는 비용이 든다. 기업들도 실패하기 싫어서 그나마 성공이 보장된 경력직을 찾듯이 국민 아이템을 구매한다. 사실 경력직이라고 성공이 100%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해당 기업과 결이 안 맞을 수도 있고 이력서에 적혀 있는 경력이 과하게 뻥튀기된 거 일 수도 있고, 개인사가 이직 후 복잡해질 수 있다. 사람이 제 각각이라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듯이, 국민 아이템 중에서도 아기와 잘 맞아 거의 매일 사용하는 것이 있고, 한 두 번 사용 후 찬장 구석에 먼지만 쌓이는 것들이 있다. 육아 아이템들도 결국 사용해봐야 내 아이와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게 된다.


식물에도 국민 칭호를 받는 것들이 있다. 국민 제라늄. 국민 안스리움, 국민 베고니아 등이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고, 대부분이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일컫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흔둥이’가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을 표현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먼지 먹는 식물로 유명했던 틸란드시아 종류, 부모님들이 하나씩 키우고 있을 게발선인장, 고무나무, 전자파 흡수한다고 소문난 스투키 등이 있다. 제아무리 관리가 쉽고, 키우기보다 죽이기가 더 어렵다는 식물이라도 어떤 집에 가면 시들시들하다 말라버린다. 또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키우기 어렵다는 식물이 어떤 집에서는 폭풍성장하기도 한다.


인생의 선택들이 겪어보지 않으면 맞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실패를 줄이기 위해 이리저리 검색도 하고 리뷰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읽지만, 한 번만 경험해 봐도 맞는 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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