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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화원 Oct 22. 2021

머리카락만큼은 마음대로

 미용실에서 통제권을 찾는다. 답답하거나 일상이 베베 꼬여 풀리지 않을 때 미용실을 간다. 헤어살롱, 헤어샵, 미장원, 이용원 등 여러 가지의 이름이 있지만, 기능과 목적은 머리에 변화를 주는 것 한 가지다.


정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뿌리 염색  말고도 미용실을 찾는다면, 인생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이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몸에 붙은 털인 머리카락만큼은 의지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길었던 머리를 갑자기 자르거나, 뭔가 눈에 띄는 변화를 발견하면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게 되는 것 같다. 불현듯 미용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정말로 머리가 하고 싶은 건지,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미용실에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곳은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또 어떤 곳은 머리가 되는 동안 하는 대화가 부담스럽다. 자주 가던 곳을 옮겨야 하는 때가 있다. 이사를 간다던지, 급하게 머리를 해야 하는 데 시간이 맞지 않을 때이다. 미용실을 옮겨야 하는 때에는 동네의 미용실을 탐색하고 이곳저곳 다녀보다가 적당한 곳으로 정해진다.


 가격이 적당해야 하고, 시술 총시간, 샴푸 마사지가 시원 한 곳, 영양제 추가를 추천하지 않는 곳 등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용실을 나설 때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 나서는 마음이 무겁지 않은 곳이 최고이다.


 언젠가부터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결제를 하고 미용실을 나서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대화들을 하기 위해서 머리를 해주는 사람도, 머리를 내 맡기는 사람도 둘 다 피곤하긴 마찬가지이다.


중간중간 기다리는 시간에는 큰 쿠션과 잡지를 보라고 쥐어주는데, 평소에 읽지도 않는 잡지와 그 속에 내가 쉽게 가질 수 없는 물건과 모습의 모델을 보면 머리를 하는 시간이 더 지루해진다. 사지도 않을 물건들의 두꺼운 카탈로그를 손에 쥐어주는 느낌이다.


미용실에서의 통제권을 찾기 위해 이제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씩 들고 간다. 그건 마치 ‘저는 책을 읽을 테니 편하게 말 시키지 말고 머리 시술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와 같은 선언이다. 미용실에서 2-3시간은 기본으로 보내는 동안 책 한 권 들고 가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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