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심은 데 아보카도 안 난다.
80개의 화분이 자라고 있다. 그중 아보카도, 시조바시스 인트리카타, 에렉타 세 가지가 씨앗부터 시작한 씨 발아 식물이다. 처음 발아한 아보카도는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종종 사 먹고 있는 아보카도를 자급자족할 수 있을까라는 희망과 함께 시작된 발아였다. 물에 살짝 잠기게 아보카도 씨앗을 걸쳐놓듯이 놓은 지 1달이 훌쩍 지났을 때, 아보카도 씨앗 아래에서 하얀 뿌리가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아보카도를 하나만 사지 않기에, 먹는 족족 조심히 씨앗을 조심히 분리해 물에 넣어 놓았었다. 한 개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후 질세라 다음 아보카도들도 하얀 뿌리를 보여주고 잎 대가 올라왔다.
물이 고픈 아보카도는 풀 죽은 강아지 귀 마냥 잎을 축 늘어트려 물을 줄 수밖에 없다. 열매를 볼 수 있을까? 아직까지 먹던 아보카도 씨앗으로 다시 아보카도 열매를 본 사람은 없는 거 같다. 아보카도 심은 데 아보카도가 안 난다고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아보카도들은 생식기능이 제외된 종자이기도 하고, 아보카도가 수꽃과 암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 1 개체만으로는 열매를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열매의 씨앗으로 다시 열매를 맺지는 못하지만, 귀여운 귀를 가진 아보카도가 커가는 모습만 보더라도 충분하다.
가난한 식집사는 비싼 성체의 가격에 망설이다가 씨앗 가격을 알아보게 된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시조 바시스 인트리카타이다. 긴 이름 때문에 줄여서 ‘시바’라고 불린다. 성체의 가격은 1개에 2-3만 원이지만, 씨앗 10 립의 가격은 1만 원 정도이다. 발아율이 100%라고 치면 씨앗으로 10개의 성체로 키울 수 있다. 1만 원으로 10만 원을 만들 수 있다. 시바는 늦게 크는 식물이다. 처음에 보고 반했던 성체의 크기로 되려면 2년은 키워야 한다. 강제 장기 투자에 들어간다. 유묘나 성체부터 구매하는 것은 바로 그 시간을 사는 일이었다. 씨앗 10 립은 따뜻한 스티로폼 속에서 100%의 발아율을 보여줬다. 벼락부자의 길로 들어섰다.
감자에 꽃이 피고 싹이 터서 열매가 맺는다. 구근의 모양 때문에 ‘감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식물에 동글동글 열매가 맺힌 채 집에 왔다. 씨 발아병에 거린 식집사는 매달린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기 만을 기다렸다. 총 8개 정도의 씨앗을 수확할 수 있었다. 100% 발아에 성공한다면 감자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인생사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감자 농사는 발아율 12.5%. 딱 하나 발아했다. 작고 소중한 씨발아 감자는 잎을 열심히 내어주었다. 감자 심은 데 감자 난다. 아주 조금.
발아는 복권을 긁는 것 같은 재미나다. 적절한 조치만 취해주면 자연이 그다음 바통을 이어받아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발아가 다 될 때도, 하나도 안 될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자연의 섭리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저 햇빛과 물과 바람을 통해 하나의 잎이라도 내주는 씨앗이 있다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