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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Oct 28. 2020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코로나!

코로나 시대의 아이들

“얘들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야. 사랑, 용기, 믿음 그런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 나 알아!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할 말이 없었다. 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아이들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 걱정을 하는 부분이 바로 건강이다. 의료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쌀 뿐 아니라 의료시스템이 낡고 취약해서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네 구멍가게 같은 병원을 쉽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병원에 갈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나는 두 아이에게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코와 입을 통해 들어와 몸을 공격할 거라며 잔뜩 겁을 줬다. 애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지만, 병원은 절대 안 돼, 코로나19는 절대 안 돼 라는 일념으로 애들을 단속했다. 철저한 단속과 조심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코로나19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입모양을 보면서 말을 배워야 할 아이들은 마스크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집으로 온 우리 둘째는 어느 날, 충격적인 표정으로 "선생님이 입이 있는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그랬듯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현관문을 걸어 잠 갔다. 아이들은 창문을 통해 노란 테이프로 출입금지 표지판이 둘러진 놀이터를 바라보면서 감염병을 원망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게 하고, 학교에서도 서로 손을 잡거나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혹은 마주 보고 말하지 말라고 교육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마스크를 깜빡 잊고 외출이라도 하면 마치 당장 감염이라도 되는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사색이 됐다. 마스크가 몸처럼 익숙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각광받을 유망 기술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실감형 VR기술,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학습, 자율주행 배송 로봇 등의 다양한 기술들이 포함됐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변화는 피부에 와닿는다. 사람들 간의 대면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문화, 그리고 재택근무나 원격 교육 등이 코로나19 이후 당연시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희미해지더라도 미래의 우리는 분명 각종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의 방식을 많이 버리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TV나 컴퓨터 대신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 언택트 시대를 말하고 있는 요즘, 그게 맞는 건지도 헷갈린다. 벌써부터 코딩 수업이 성행하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법을 교육하는 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아이들로 컸으면 좋겠다. 일단 무엇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또 다른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시대에서 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영양제를 샀다.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각종 신제품을 살펴보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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