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알려 준 가족의 소중함
"바람아 너는 우리 아빠 봤니"
둘째가 창문을 내다보며 말했다.
“우리 아빤 멕시코에 있어. 넌 하늘을 날아서 아무 데나 갈 수 있으니까...”
이건 뭐 영화 대사도 아니고. 두 돌이 지난 지 며칠 안된 둘째 입에서 저런 대사가 나올 줄을 몰랐다. 아빠 없는 하늘 아래' 정도의 제목을 가진 신파극의 한 장면 같은 이 상황이 너무 '웃퍼서'(웃기기도 슬프기도 해서) 어이없게 웃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피식 웃고 넘기는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갔다. 일을 해야 하는 아빠는 멕시코에 남아야 했기 때문에 강제 이산가족이 되었다. 한국에서 풍족하게 채워주는 놀이학교 생활, 할머니 할아버지의 아낌없는 사랑, 무엇보다 맛있는 한국음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가끔 우울해했다. 아빠의 부재는 내 생각보다 더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나보다.
"가족은 다 함께 살아야지"
이번에도 둘째가 그랬다. 둘째는 한 번씩 무심한듯 뼈때리는 말을 하는데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다가 결국 아빠가 있는 멕시코로 돌아가자고 결심했다. 6개월이 넘는 한국 생활을 정리하니 이민가방 7개가 나왔다. 캐리어, 유모차까지 가지고 비글같은 딸둘과 13시간의 비행을 했다. 너무 두려웠지만 초인적 엄마 파워와 주변의 도움으로 짐 검사까지 척척 끝내고 드디어 아빠 상봉. 애들은 생각보다 잘 견뎌줬고 공항과 기내에 사람이 없어서 안심이었다
둘째는 아빠를 보고 눈이 촉촉해져서 나도 겨우 눈물을 참았고 첫째는 오랜만에 만난 연인을 대하듯 부끄러워했다. 도착하자마자 3일 내내 짐정리만 했다. 필요한 물건과 먹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 애들은 매일 아빠랑 보드 게임도 하고 테니스도 치면서 깔깔거리며 놀았다. 자매를 위한 침대방을 만들어서 5살 3살 인생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서 자는 시도를 하는 중인데...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코로나19 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상실감은 생각보다 더 컸다. 하지만, 유일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가족의 소중함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떨어져 이산가족으로 살아보니,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엄마 하나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자만이었구나 느꼈고, 아빠의 존재가 얼마나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멕시코는 예쁘고 평화로운 곳이었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 반짝반짝 빛나는 거 같았다. 아마 가족이 모두 함께 있어서 모든 것이 예쁘게 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