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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Jun 18. 2024

나는 감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학부모가 찾아왔다. 학부모와 대화를 나누는데 학생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니 않는다. 머리가 하얘졌다. 학부모는 교육과정 관련 문서를 요청한다. 문서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통이 몰려온다. 심호흡을 했다. 어디선가 알람소리가 울린다. '뭐지?'

 꿈이었다. 


 대학원 과제도, 발표도 다 끝내고 종강도 했는데,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뭐가 불안한 걸까? 찬찬히 생각해 본다. 지난주 지인이 녹내장으로 왼쪽 눈의 시야가 좁아지고 있어서 중보기도요청을 받았다. 신실하고 성실한 분인데 안타까웠다. 나 또한 녹내장으로 아침, 저녁으로 안약을 넣고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진료를 받고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지난 2월에 심근경색으로 쓰려졌는데 아내가 바로 발견해서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다고 한다. 스텐트 시술을 받고 고혈압 약과 혈전을 방지하는 약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앗, 오늘 아침 안약도, 혈압약도 깜박했다. 

 얼마 전부터 차가운 물을 마시면 크라운을 씌운 왼쪽 어금니가  시리다. 괜찮은 걸까? 밥을 먹고 나면 치아 사이사이사이에 음식물이 낀다. 오늘 정기검진으로 치과를 간다. 스멀스멀 불안이 꿈틀거린다. 

 지난 토요일에는 세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대로 이사를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6개월 전부터 집을 내놓았으나 연락이 없어 매매가를 낮추고 또 낮추었다. 아내와 나의 직장뿐 아니라 아이들 학교와도 먼 집이기에 깨끗이 정리하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과는 나가고 들어오는 날짜가 차이가 많이 나니 지난번처럼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까 염려를 한다. "걱정을 하여서 무엇하나~ 니나노~" 노래가 생각나지만 걱정이 된다. 




 건강과 재정은 누구나 불안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안에 눌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은 무엇일까? 

 '나는 늘 건강해야 한다'

 '나는 불안 없이 살아야 한다.' 

 나는 늘 건강할 수 없다. 건강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또한 불안이 없다면 무모해질 수밖에 없다. 불안은 나를 지켜주는 친구이기도 하다. 걱정과 불안 대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른쪽 눈의 녹내장이 진행되지 않아 감사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녹내장이 일찍 발견되어 관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는가? 

 나는 감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지난번 내과에 갔을 때, 여름이 되면 보통 혈압이 떨어지는데 나는 오히려 혈압이 올랐다며 복용량을 늘려 처방받았다. 약을 처방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차가운 음식을 먹어도 오른쪽 어금니는 시리지 않음에 감사하다. 세입자가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날이 3개월 남음에 감사하다. 상황은 그대로지만 감사를 선택하니 마음도 문장도 간결해진다. 

 오늘은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은 불안을 다스리게 하는 힘을 가졌다. 직장에서는 틈틈이 스퀏을 하자. 매일 하려는 운동을 포스트잇에 써서 모니터에 붙였다. 잘하고 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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