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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Oct 17. 2024

당신의 첫사랑은 어떠했나요?(1)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는 소년이 소녀에게 나이를 물었을 때, 소녀가 "갓 중학교 1학년을 마친 열네 살"이라고 대답한 내용이 나오지요. 소년의 나이도 비슷했겠지요? 저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6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풋사랑이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첫사랑'이란 단어를 접하게 되면 저는 그때가 떠오릅니다. 


소녀는 수업 중에 리본 모양으로 접은 종이를 소년의 책상 위에 던졌다. 공책 모퉁이를 찢은 종이 위에는 연필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터놓고 얘기합시다. 나는 너 좋아. 너는?"

 순간 당황한 소년은 얼굴에 열감을 느꼈다. 자신의 마음이 들킨 것만 같았고, 소녀도 자기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도 너 좋아"

 소년도 얼른 소녀가 보낸 쪽지에 답글을 적어 다시 원래대로 접었다. 담임 선생님이 판서를 하는 순간 소녀에게 종이를 던졌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수업 중에 필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소년이 소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담임선생님의 말 때문이었다. 

 소년의 담임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김홍신의 <인간시대>, 이철용의 <어둠의 자식들> 등의 책을 읽고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 겪은 것처럼 쓴 독후감을 쓴 소년에게 마음이 쓰였다. 담임은 소년에게 일기 쓰기를 권했고, 소년은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기장에 쓰기 시작했다. 담임은 소년의 일기장에 답글을 달아주었고, 소년은 담임의 답글에 또 답글을 이어 달았다. 일기장을 통해 소년의 가정사를 알게 된 선생님은 소년을 불러 말했다.

  "새엄마랑 지내기 힘들지? 그래도 세상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란다. 선이 부모님 이혼하신 거 들었지? 선이는 그래도 저렇게 씩씩하게 지내잖아. 선이를 보면서 힘냈으면 좋겠다"


 소녀는 반에서 주목받는 긴 생머리의 예쁜 아이였다. 어느 날, 쇼트커트를 하고 등교를 했다. 소녀의 집 근처에 사는 반 친구들이 수군거렸다.

  "선이네, 부모님 이혼했대. 엄마가 일하러 가야 해서 머리 땋을 시간이 없어서 짧게 깎았다고 우리 엄마가 그러더라"

 소년은 친구들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짧아졌어도 소녀는 예뻤다. 


 수업 중에 주고받던 필담은 점점 길어졌다. 

"오늘 수업 끝나고 은숙이네 놀러 갈 건데, 같이 가지 않을래? 가서 뮤지비디오 같이 보자. "

소녀의 짧은 글에 소년의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2편에 계속)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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