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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기 Oct 23. 2024

06. 출바출 담바담 작바작

어떤 출판사를 골라야 할까

작가 커뮤니티에 자주 보이는 문구가 있다.


Q. ○○ 출판사에서 컨택 왔는데 ㅇㄸ? 
     조건은 무난한데 실제로 작업해 본 사람들 어땠는지 궁금

A. 진리의 작바작 담바담
Q. [로판] 요즘 화당 글자수 몇 자인가요? 
       어디는 3500자라고 하고 어디는 4000자라고 하고...
A. ㅋㅋㅍ 최소는 3300자라고 하는데 담당자가 말하는 기준은 출바출이에요


출바출, 담바담, 작바작. 카페 혹은 익명 커뮤니티에 숱하게 보이는 단어인데 그 뜻은 명료하다. 출판사 바이 출판사, 담당자 바이 담당자, 작품 바이 작품. 한 마디로 당신의 질문은 출판사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 작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란 의미다.


투고를 했든 컨택(contact.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먼저 계약 제안이 온 것.)을 받았든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팔아먹으려면 출판사와 계약을 해야 한다. 플랫폼에 곧장 투고하여 직계약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몹시 드물다. 보통은 출판사를 껴서 플랫폼의 심사를 받고, 프로모션을 받아-간혹 못 받기도 한다. 그 이유는 다양한데…… 다음에 얘기하자- 완성된 글을 세상에 선보인다.


출간 전후를 함께하는 출판사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출판사는 작가와 같이 작품의 방향성을 조율하기도 하며 대외적으로 이 작품을 얼마나, 어떻게 어필할지 결정한다. 그러니 작가는 어떤 출판사와 계약할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많은 곳에서 제안을 받은 작품이라 한들 계약은 한 출판사와 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어떤 곳이 최상의 출판사일까?



사람마다 출판사를 고르는 기준은 다르다. 정산 비율, 선인세(작품이 출간되기 전 미리 받는 인세. 금액을 책정하는 기준은 출판사마다 다르다.) 유무와 금액, 표지 종류 및 상한선-연재는 일러스트 표지, 단행본은 디자인 표지를 하는 게 보통. 일러스트 표지는 예산 규모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는 인물 수, 전체적인 퀄리티 등이 달라지기에 미리 확인하기도 한다-부터 교정 횟수까지. 이런 정보는 계약 전 연락을 주고받는 편집자에게 물으면 그만이지만…… 아무리 세세하게 따져 물으려 해도 ‘실제로’ 이 출판사가 어떤지는 직접 계약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작가는 계약 전 최대한 정보를 모으려 분투한다. 메일에선 상냥하게 내 작품을 추켜세웠으면서 계약 후엔 내 작품을 소홀히 할진 아무도 모르니까.


출판사의 블로그를 보며 전반적인 표지 퀄리티는 어떤지, 최근 상위 프로모션으로 런칭한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하기도 하고 실제 이 출판사와 계약한 사례를 수집하려 애쓰기도 한다. 작가 카페, 익명 커뮤니티, 동료 작가와 그 작가의 지인한테까지 물어물어 가며.


작품은 작가가 시작해 작가가 끝내지만 그 사이사이 담당자의 손길을 거치게 된다. 플랫폼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의견이 덧붙을 수도 있고, 아예 캐릭터 설정이나 배경부터 함께 기획해 나가기도 하며, 반대로 최소한의 교정·교열만 보는 경우도 있다.


담당자가 나보다 더 열성적으로 내 작품에 관여할지, 기계적인 교정만 해서 넘길지, 성실하긴 하지만 나와 지향점이 정반대일지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진 누구도 모른다. 하여 슬프게도 이렇게 열심히 모은 정보로 결정을 내려도 불만이 생기고 만다.


가장 진실에 가깝다 여겨지는 동료 작가의 증언도 온전히 의지할 수 없다. 상대가 나를 속일까 봐?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이건 그냥…… 작바작, 담바담이다.


똑같은 출판사라도 내 작품이 어떤지, 내 작품을 맡은 담당자가 어떤지- 더 넓게는 나와 그 담당자의 상성, 내 작품 성향과 현재 시장 트렌드 따위가 얽히면서 너무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나 또한 여러 출판사와 조건을 상의하고 결정을 고민하면서 동료 작가님께 이것저것 묻기도 했지만 평가가 꼭 일치하진 않았다. 모 작가님이 웹툰화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교정도 꼼꼼하게 한다며 추천하던 곳에서 표지와 심사 문제로 연달아 속 터지는 일을 겪기도 했고, 학을 떼며 말린 곳에서 무난하게 작업하기도 했다.




정산 이슈나 편집자 단체 퇴사 같은 심각한 사태가 아니라면, 당연하게도 진리는 없다. 나는 선인세를 최대한 많이 받는 걸 선호하지만 모 작가님은 그게 전부 빚처럼 느껴져서 아예 받지 않는다. 출판사 규모를 최우선으로 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신생만 아니면 규모 자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이렇듯 사람마다 무엇을 중요히 여기는지가 다르니 출판사 하나에 각기 다른 코멘트가 달릴 수밖에 없다.


각자 꿈의 출판사가 하나쯤은 있겠지만 플랫폼 직계 출판사도 싫다며 진절머리를 내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최상의 출판사는 없는 모양이다. 지금 내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출판사만 있을 뿐.


그걸 어떻게 고르냐고요?


뭐…… 작바작.(이번엔 작가 바이 작가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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