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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Apr 21. 2019

중심잡기(그린북 2018)  

영화 속 '인물들' 돋보기

 "전 저희 쪽 사람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전 그들 같지도 않으니까요. 흑인으로도, 백인으로도 충분치 않다면 전 뭔가요?"


영화 '그린북'에 나오는 돈 셜리의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주변'에 놓인 인물들로 써내려 간 주변에 대한 이야기다. 동시에 주변일 수밖에 없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中國)이 세상의 중심이다. 중국이 중심이 되어 주변의 타자들을 오랑캐로 간주, 이들을 교화해 세상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화사상'의 기본이 되는 생각이다.


 이런 중국의 생각은 서구 열강에 의해 무너진다. 드넓은 세계, 둥근 지구에서 중국은 세계의 중심, 아니, 아시아의 중심도 못되었다. 오랑캐에도 들지 못했던 일본과의 전쟁에서도 무참히 지고 만다. 그렇게 근대 이후 급변한 세상에서 중심인 줄만 알았던 중국은 바뀐 것이 없음에도 주변의 나라로 떨어졌다.


 중심과 주변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중심은 동시에 주변이고 주변은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린북에서 돈 셜리는 고등교육을 받은 부유한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백인의 외관이 아닌 그는 백인에게 차별받는 동시에, 대부분의 흑인이 가진 속성을 물려받지 않은 탓에 흑인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돈 셜리'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우다. 그러나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까닭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 모두 주변의 경험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성질을 타고나기 때문이다.      


 돈 셜리의 경호원이자 운전수 토니 발렐롱가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다. 그 역시 주변의 위치에서 멸시와 수모를 겪는다. 조금 더 주변에 있는 흔히 주류라 불리는 백인은 어떨까.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백인들 역시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불안정하며, 불안하다. 굳건할 것만 같은 미국. 그 상징이었던 무역센터가 테러로 허망하게 무너지는가 하면, 총기난사, 테러, 전쟁 등으로 불안해한다. KKK의 활동, 총기 구비 등은 이런 불안함의 방증이다.

 

주변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위치, 민족, 외압이 아니다. 태생 자체가 그렇다. 주류의 활동, 생각에 들어가 있는 것은 잠시다. 좀 더 확대해보면 그 안에서도 주변이 생긴다. 결국 중심은 없고, 수많은 주변만 남는다. 허상이나 다름없는 중심에 편입하려 할 때 문제는 발생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주변일 수밖에 없기에 스스로 중심이 돼 중심을 잡기는 불가능하다. 다른 주변과 '함께' 중심을 잡아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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