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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Apr 09. 2019

‘그렇게’ 되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영화 '제목' 돋보기

 '문제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톰 소여의 모험’ 등의 저서를 남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마크 트웨인이 지적한 모순과 그로 인한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다. 동시에 '된다'는 것에 대한 고찰이 녹아 있다.

 

생물학적으로 아버지가 되는 법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암수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유전정보를 따르는 개체가 태어나면 즉시 아버지가 된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고 자람과 동시에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그렇게’란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리라.


 아버지인 료타는 지난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자신의 친자가 아닌 걸 알자 혼잣말로 ‘역시 그랬었군’이라고 중얼거린다. 료타는 케이타를 자신의 ‘아들’로만 생각했지 스스로를 케이타의 ‘아버지’로 여기지 않았다. 케이타를 자신에 걸맞은 아들로 키우려고만 했지, 정작 자기 자신은 케이타의 아버지가 되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6년이 지나고, 우연한 계기로 친자를 찾으며 발생한 사건들을 계기로 료타는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료타가 진짜 아버지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게 료타는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아버지가 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친자 문제를 처리하면서 료타는 또 하나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은 ‘아버지’로서가 아닌, ‘아들’로서의 문제다. 자신의 친어머니를 일찍 여인 료타는 새어머니와 지낸 어린 시절이 있었다. 료타의 새어머니는 료타에게 애정을 쏟으며 료타와 형을 키우고 ‘어머니’가 되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료타는 그러지 못했다.

 

 친자가 바뀌는 일련의 사건을 겪게 만들었던, 아이를 바꿔치기했던 간호사의 집에 찾아간 료타는 새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자신의 엄마를 위하는 아들을 본다. 그리고 아들로서 새어머니를 대했던 자신의 과거를 본다. 료타는 결국 케이타의 아버지도, 어머니의 아들도 '되지' 못했다. 그때도 지금도 료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당돌하게 대드는 간호사 아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료타는 씁쓸하게 되돌아간다. 뒤늦게 새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 일을 사과하려는 료타, 아버지가 되기까지 6년, 아들이 되기까진 30년이 걸렸다. 아들이 되려는 료타의 모습이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다.

 

 마크 트웨인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문제는 우리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되었다고 믿는 것>에 있다.’


 료타가 아들로서 아버지 역할을 못한 채 더 이상 되기를 거부했다. 그렇게 되는 것을 멈춘 것이다. 저마다 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렇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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