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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Apr 15. 2019

부유하는 것들(볼링포 컬럼 바인 2002)

영화 속 '대사' 돋보기

 "말하는 대신 그들의 말을 듣겠다. 듣는 사람도 있어야지 않겠나..."


 마릴린 맨슨은 어떤 점에서 컬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다. 당시 3집 활동 중이던 마릴린 맨슨은 컬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들이 마릴린 맨슨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결국에는 황급히 활동을 마무리했다.

 

 영화의 큰 주제는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을 추적하는 것이다. 감독은 사건과 관련한 인물, 사물, 사건을 직접 마주하면서 미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말한다. 마릴린 맨슨은 사건에 관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들' 중 하나였다. 단순히 두 가해자의 집에서 마릴린 맨슨의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불안'은 실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실재하는 것, 그 이상으로 추악해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추악함. 증명할 수 있는 분명한 비도덕함은 한계가 분명하다. 불안은 한계를 두지 않는다. 한계 없는 끔찍함, 공포가 불안을 재생산하고 불안은 또다시 공포와 끔찍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


 '동성애'. '이교도'. '정신병자'. '악마'. '신비주의'.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들에게 따라붙은 말들이다. 물론 그중에 신빙성 있는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재밌는 것은 그 원인으로 꼽히는 것 마저도 일반 사람이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것들이다. 분명하지 않은 것은 또다시 불안을 가중된다. 그럼에도 불안에 종언을 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원인을 파악하려 한다. 그렇게 불안은 무한히 증식한다.


 본래 사실이 아니던, '동성애', '이교도' '악마'들이 실재가 되어 부유한다. 사람들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총을 사고, 위안삼아 방아쇠를 당기며 사격연습을 한다.  

 

비단 사건의 가해자, 폭력으로부터만 허황된 불안의 껍데기가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것'으로부터다.

 

 "말하는 대신 그들의 말을 듣겠다. 듣는 사람도 있어야지 않겠나..."

  감독이 컬럼바인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하자 마릴린 맨슨이 한 말이다.

 가해자에 대한 말, 근거 없는 공포, 불안뿐 아니라 세상은 피해자의 입 역시 틀어막았다.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현장 리포터는 생생하게 그들의 비극을 전했고, 앵커는 스튜디오에 앉아 어떻게 그들의 삶이 하루아침에 비참한 구렁텅이에 빠졌는지 묘사했다. 피해자들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는 경우는 흔치 거의 없었다.


  누구는 실재하는 공포보다 더 공포스러운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총을 산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은 정확히 말 모르겠는 것을 있는 그대로 두기보다, 어떻게든 재단해 보고 듣기를 원한다. 언론과 미디어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불안한, 규정되지 않는 세상보다. '지옥'이라고 명명해주는 것을 더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마릴린 맨슨의 그 한마디는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뜻하지 않게 떠돌고 있는지 실감하게 해 준다. 무수한 언어로 규정되었을 그들의 진짜 삶. 진짜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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