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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16. 2020

(친절) 아-빠-보-다 멋-있-어-요

더불어 행복 실전 - 행복은 지금 이 순간


-- 대개 어른 간 칭찬은 계산된 거, 어른이 아이에게 칭찬은 보상이고, 아이간 칭찬은 순수하다. 아이가 어른에게 칭찬은 생소하다. 녀석들이 나를 칭찬한 거는 왜일까? -- 





오, 감동!!! 감격!!!
세상에 이런 일이!!!

아파트 현관에서 생각을 놀이 삼아 즐기는 생각놀이 중.

예닐곱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셋이 내게 다가오더니,

"저번에 담배 피던 아저씨세요?"

가만 보니 일주일 전쯤 봤던 아이들.

반갑기는 한데 담배 얘기 꺼내니까 경계심.

4년여 전 얘들보다 좀 큰 애 둘한테 당한 기억 소환.


슈퍼 앞 옆쪽 구석에서 담배 물고 있는데 작은 애가 다짜고짜,

"아저씨, 여기서 담배 피지 말아요."
"여기는 펴도 되는 데야. 담배 파는 데고."

큰 애가 작은 애에게,

"저 아저씨 나쁜 아저씨야. 담배 피는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야. 우리 저리로 가자."

큰 애가 작은 애 손을 잡아끌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짐. 말투로 보아 자매.

의문의 일 패. 느닷없이 애들에게 혼나고 벙 쩔음. 아이들이니 쫒아가서 따지기도 뭐하담배 맛 완전 버렸다.



ㅡㅡㅡ




그런 쓰린 기억이 있기에 더럭 겁부터 먹고 셋에게 조심스럽게,


"나 담배 핀 사람 맞아. 근데 왜 그러니?"

셋이 이구동성으로 환호.

"야아, 찾았다."


속으로, 날 찾아다닌 거였어? 왕창 긴장.

"아저씨가 보구 싶었어요."

오잉.
왜?

각자 한 마디씩,

"아저씨가 제일 멋있어요. 우리 아빠보다요."
"나두요. 보구 싶었어요. 오빠보다 멋있어요."
"나두요. 아저씨가 좋아요."

세상에 이런 일이!
꼬맹이 셋이 칭찬 릴레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내가 제일 멋있다니. 것도 아빠보다도, 오빠보다도. 것다 보구 싶었다니!




ㅡㅡㅡ




일주일 전.

지정 흡연 장소인 정자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경계 숲을 향해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고 있는데, 여자 아이 셋이 다가온다

"아저씨, 왜 여기서 담배 펴요?"
"응, 여기는 펴도 돼. 저기 정자가 담배 피는 곳인데 여기가 더 좋아. 여기서 피면 너희들이 정자에서 놀아도 되고, 옆에 숲으로 훅 불면 아파트로 연기가 안 가."


"아, 그렇구나."
"근데 담배는 정말 몸에 안 좋아."

"근데 왜 펴요?"
"한번 배우면 끊기 어려워. 마약이라고 나쁜 약이 있는데 담배도 그거처럼 나쁜 거야. 아주 나쁜 거."

"근데 왜 펴요?"
"말했잖아. 한 번 배우면 못 끊는다고. 그러니까 너희들은 이담에 커서 담배 배우면 안 된다. 누가, 친구가 펴보라 해도 피지 마. 절대 안 돼. 알았지?"

"예."
"근데 너희들 여기 안 사는 거 같은데 어디 사니?"

"저어기 다른 데서 친구 집에 놀러 왔어요."
"그렇구나. 재밌게 놀아라."

셋은 정자 쪽으로 가더니 거기 올라가서 논다.




ㅡㅡㅡ




녀석들이 일주일 만에 다시 와 내게 폭풍 칭찬을 해준 거.
이러니 내가 가만있을 수 있나.

"얘들아, 아저씨가 편의점 가서 하드 사 올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릴래."

못 알아듣는다.

"아, 아이스크림 사 올게."
"같이 갈래요."

"아니야. 여기서 기다려야 해. 나쁜 아저씨가 있어서 누가 뭐 사준다고 하면 절대 따라가면 안 돼."

머뭇머뭇.

"누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않는 거다. 그럼 나쁜 사람이야. 알았지?"
"예."


"그럼 여기서 기다려. 편의점 금방 갔다 올게."




ㅡㅡㅡ




편의점 가서 2+1 증정, 혹시 알레르기 있을 만한 땅콩 안 넣은 거 골라서 후딱 돌아온다.

엄마 둘이 애들을 데리고 있다. 간략히 상황을 설명해도 경계를 풀지 않는다.
상세히 설명하고,

"그래서 애들이 따라오려 하길래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 거예요. 교육도 되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고마워서 사 온 거니까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줘도 되겠죠?"

아이스크림을 셋에게 하나씩 나누어 준다.

엄마 둘은 안심하는 듯하더니,

"몇 동 몇 호 사셰요?"

정확히 동호수를 일러주니 그제야,

"아저씨,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사주지 마셔요."
"그럼요. 안 사줄 수가 없어서 나쁜 사람 교육까지 시킨 겁니다."


그리고 내 스맛폰을 펼쳐 카메라 모드에서 셔터 위치를 알려주면서,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아이들 셋과 같이 찍게요."
"왜요? 사진이라니요?"
"아, 제가 꼬맹이들한테 이런 칭찬받은 게 처음이라서요. 감격했어요. 찍어 뒀다 친구들한테 자랑하려구요.ㅎㅎ"

한 엄마가 사진을 찍는다.


녀석들 셋과 나 사이엔 엄마 둘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비밀이 하나 있다. 엄마에게 내가 자초지종을 고하면서도 이거만은 숨겼다. 의리를 지켜야 하기에. 이 말을 듣는 순간 엄마 둘은 상상 초월 의문의 패배당하고 배신감까지 느낄  뻔하기에.


아ㅡ빠ㅡ보ㅡ다 멋ㅡ있ㅡ어ㅡ요.




저를 폭풍 칭찬해 준 꼬맹이들~ 저도 요때가 있었더랬지요.




ㅡㅡㅡ




녀석들이 고마운 건 또 있다.

할아버지라 안 하고 아저씨라니!

10여 년 전인가 포스코 아파트 살 때. 초딩 3, 4학년쯤 되는 사내 녀석 너댓이 현관 앞에서 놀다가 한 애가 큰소리로 그럽디다.

"얘들아, 여기 봐! 할아버지가 흑염소 끌고 간다!"

그때 그랬다. 속으로,

'바보 녀석. 너는 개가 까마면 다 흑염소냐. 머리 벗어지면 다 할아버지고. 바보 같은 놈!"

역시 어릴 때부터 사내아이들은 뻔때 없고 공격적이고, 여아는 정 많고 세심하다.


대개 어른 간 칭찬은 계산된 거, 어른이 아이에게 칭찬은 보상이고, 아이간 칭찬은 순수하다. 아이가 어른에게 칭찬은 생소하다. 녀석들이 나를 칭찬한 거는 왜일까?


녀석들은 나를 같은 아이로 느꼈던 거다. 녀석들을 아끼는 순수한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리라. 요즘은 아이들과 낯선 어른 간 대화가 실종되다시피. 심지어 부모와도. 대화라기보다 교육, 훈계이기에. 나이 들어서 세파로 더럽혀진 내 영혼을 조금이나마 세척해 보려고 맑은 영혼의 아이를 닮아보기로 작정했다. 그 진심을 녀석들이 알아준 게 난 고맙고 감동 먹은 거다.


참참참 고마워. 꼬맹이들아!!!

아저씨 칭찬해 줘서.

아이가 귀한 시대.
아이는 우리 모두의 희망.
우리 모두의 미래입니다.



2020.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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