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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01. 2020

(우정) 귀래 산장 편ㅡ모닥불 피워놓고

더불어 행복 실전 - 행복은 지금 이 순간


-- 셋이 함께 부르니 울컥, 주책없이 눈물이 아침 이슬처럼 맺히고. --




친구 전원주택을 난 귀래산장이라 부른다.

난 일 년여만인 듯. 
코로나로 몇 번 보류하니까 이렇게 되었어. 
저번 간 건 결혼식 덕에 우연이었고.
셋은 두 달 기다림 끝에.
역시 코로나로 한 달 다시 한 달 미루다 쉽지 않게.
그만큼 알차게 진하게 아름답게.


새로 쓴 귀래산장의 역사 10.


처음 온 친구 하나
처음 주말
처음 1차 별장서

처음 여름 페치카 불
처음 기타 반주
처음 수제 맥주

처음 산장서 아침까지 먹고
처음 산장서 날 바꾸어 2차
처음 24시간 
처음 쥔장 3일 연짝 술

난 덤으로 처음 58도 고량주. 목 지나 위까지 뜨거운 느낌.
그 센 걸 둘은 각 소주 반 병 이상 분량씩.
난 석 잔. 반 잔 꺾고 물 반 컵 그런 식이구만. 둘은 원액 그대로.
막걸, 캔맥, 와인, 고량 순으로.




-----



여름밤 산장 페치카 황덕불에 기타 반주로.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셋이 함께 부르니 울컥, 주책없이 눈물이 아침 이슬처럼 맺히고.
이 순간이 행복하고 친구들이 너무 고마와서.

연주자는 악보 코드 쫓느라 가사 틀리고, 쥔장은 스맛폰으로 가사 검색해 손바닥에 올리고, 

난 이 노래 하도 오랜만이라 가사 헷갈려서 둘이 머리 붙이고 스맛폰 들여다보는데 글자가 깨알 같아 안 보이고.
안 맞아서, 얼추 맞춰서, 호흡까지 잘 맞춰서, 그렇게 다시 한번, 아쉬워서 또 한 번. 

그렇게 모닥불만 다섯 번 불렀어.



-----




좌우가 먼 필요


"너 좌야."
"마저. 극좌는 아냐. 근데 나 박근혜 찍은 거 아니?"

"그래? 몰랐어."
"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찍지 않았지"

"어."
"박정희가 경제는 잘했어. 그러다가 맨날 자식들과 다퉈."

"그으래? 너 좌 아니네? 난 우. 중도도 좀 있고."
"너 김노문 한 번도 안 찍었대매. 난 박 찍었고. 존나 실망했지만. 그러니 넌 우, 그래도 난 좌. 뿌리부터."

"아냐. 넌 중도 있는 좌야."
"아니. 난 좌."


속으로. 뭐든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거든.

친구 사이에 그러고 말았지 머. 더 파면 피곤하잖아. 핏대 세울 일 생기고. 좋은 일, 재미난 얘기 할 시간도 부족한 거 셋 다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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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밭에 개망초가 가득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버려진 밭에 개망초가 가득. 
셋 다 하나같이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

전날은 오후 6시 저녁부터라 술에 취하다 분위기에 취하고.
다음날은 아침부터라 자연에 취하다 분위기에 취하고. 

갈 길 잊고 마냥 고고. 

운전 때문에 술은 둘은 쪼금, 쥔장은 홀짝홀짝. 

그러다 보니 오후 6시.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는.
3년 전 귀래산장 매화 완상 8인방의 전설 이후 
그렇게 또 하나의 전설을 썼다는.




2020.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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