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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09. 2020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ㅡ도입부

말놀이


이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동화처럼 슬플 때도,
행복하고 기쁠 때도 있기에

이태리 아레쪼 1939년

눈에 보이는 걸 노래해
난 하나도 안 놓쳐
혼돈에게 '내가 왔노라'라고 했어
'난 당신의 노예요'라고 하니
혼돈은 '좋아'라고 답하네
'왜요?'라고  물으니
난 이제  자유의 몸이라네
환희를 찾았는데 애무가 무슨 소용이람?
난 세상 앞에 섰다네
브레이크는 고장 났고
곧 기차가 멈출 거라네
더는 참을 수 없네
바쿠스여 날 데려가 다오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
이봐 브레이크가 고장이야
아까 말했잖아
니, 정말로 브레이크가 고장이라니까!
이런, 수동 브레이크 써 봤어?
그것도 안돼 꽉 끼었어
왼쪽으로
그러려고 하는데...
브레이크 밢아, 더 세게
그게...
더 세게
해도 안돼, 나무가 있어
안돼!
오른쪽으로 어서, 직진, 직진

왕께서 오십니다
모두 제 위치로
길에 사람들이 많아
귀도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다들 물러서요 물러서요, 어서 물러서요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물러나요
차를 못 세워요! 물러나요 뒤로 가요
브레이크가 고장 났어요 물러나요
차를 못 세워요 물러나요 뒤로 가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도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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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상징으로 영화의 배경을 설명한다. 영화 곳곳에 시적인 대화와 상징을 삽입했다. 비극적인 스토리를 시와 상징을 곁들여서 내내 웃음으로 이끌고 감동까지 주다니. 각본, 연출에 주연까지. 로베르토 베니니 그는 누구인가? 전반이 시 하나 만으로도 경이롭다. 이 시 마저 로베르토가 쓴 것일까?

어느 영화나 첫 장면으로 잡기가 얼마나 고심될까? 그 만한 가치를 훌쩍 뛰어넘고도 남음이 있기에 테레비 화면을 수없이 되돌려가며 대사를 토씨 하나까지 붙들어 보았다.


오랜만에 혼술 하며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예전에 언젠가 맨정신에 두 번인가 본 적 있다. 그때는 재미만 있었고 시와 상징이 있는지 몰랐다. 지금에서야 보이는 건 왜? 얼콰해서? 아니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달라진 거다.



2017.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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