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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07. 2020

무식한 놈이 소 잡는다

마케팅의 원리 - 시장 점유율 1위 등극


매출 이익 2배의 원리




1부. 무식한 놈이 소 잡는다.

2부. 현장에 답이 있다.

3부.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준다.

4부. 마케팅은 조삼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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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을 두 배 띄우고 싶다면 매출 목표를 두 배로 잡자.

아는 것이 힘? 무식한 놈이 소 잡는다.




30년 전 1991년. LG 화장품 원주영업소에서 대리로서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임무는 대리점에 화장품 판매 및 관리.

그전 4년은 서울 LG화학 구매부에서 석유화학 원료 수입 담당.


첫 일주일 영업소 사무실에서 본사 매출 파악.

영업소에서 대리점으로 파는 게 본사 매출.

경리가 대리점에 전화해서 사장에게 통사정한다.

영업소로 주문 좀 해달라고, 정 주문 안 하면 영업소가 알아서 주문 넣겠다고.

경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냐고?

이렇게 안 하면 매출이 안 된다고 한다.


일주일 후 원주 대리점 첫 방문.

월 자체 매출이 2천만 원.

대리점이 화장품 전문점에 파는 게 자체 매출.

근무 인원 물어보니 사장 1, 총무 1, 경리 1, 미용사원 4명이니 총 7명.

1인당 평균 월 300만 원 자체 매출.

어, 이걸 팔고 7명이 어떻게 먹고살아? 여기에 내 월급도 포함되었는데.

본사에서 석유화학 원료 수입할 땐 나 혼자 한 달에 50억 수입했는데.

물론 업종, 품목이 다르긴 하지만.


사장님한테 물었다.

남냐고?

별로 안 남는단다.


다시 물었다.

그럼 왜 하냐고?

별로 하고 싶지 않단다.


그럼 두 배로 팔면 남냐고 물었다.

남는단다.

단, 회사에서 제품 밀어내면 안 된다고.

그간 밀어내서 안 팔리는 재고가 창고에 꽉 찼다고, 더 받을 공간도 없다고.

창고 보니 화장품이 천장까지 꽉 들어찼다. 맞다.

밀어내기 즉 매출 푸시란 영업소가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대리점 의사에 반하여 제품을 대리점으로 밀어내는 행위. 이로 인해 대리점은 본사에 갚아야 할 채권이 늘고 대리점 수입인 장려금을 제대로 못 받게 되어 큰 손해가 생긴다. 이를테면 14%에서 10%로 줄어든다. 그러니 대리점은 극도로 싫어한다.


그럼 두 배로 팔고 안 밀어내면 남냐고 물었다.

그러면 대리점 할 만하단다.

매출 2배에 장려금이 10%서 14%로 늘면 익은 3배 된다.


전국 및 원주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인 태평양 아모레는 얼마나 파냐고 물었다. LG 드봉은 2위라는 건 알고 있다.

화장품 전문점 판매, 방문 판매 다 합치면 훨씬 많이 판단다.


근데 왜 우린 그렇게 못 파냐고 물었다.

우린 안 된단다.


안 되는 이유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이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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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될방!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나하고 같이 2배 팔아보자고, 밀어내지 않겠다고 했다.


대리점 사장이 내게 화장품 아냐고 묻는다.

화장품도, 영업도 초짜지만 2배라고 해봤자 4,000만 원이라고, 1억도 안 된다고 했다.

경쟁사는 파는데 우리가 못 팔라는 법 있냐고 했다.

사장님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날 원주대리점 목표를 정했다. 혼자서. 더 이상 대화가 안되니까.  


1. 자체 매출 월 4,000만 원

2. 본사 매출은 자체 매출 이하


왜?


그래야 대리점이 많이 남으니까.

그래야 대리점에 쌓인 재고가 줄어드니까.

그래야 대리점이 알아서 본사로 주문할 테니까.

그래야 내 월급, 내 밑에 직원 월급 나올 테니까.

그래야 영업이 괴롭지 않고 재밌을 테니까.

우리가 시장점유율 1위 하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


어떻게?

모르지만 어떻게든.

아는 건 시장, 고객, 제품이 있다는 건 확실.


원주 대리점, 춘천대리점, 제천대리점, 여주 대리점, 농협 위탁대리점 2곳.

그렇게 일주일간 관할 대리점을 다 둘러보니 상황이 대동소이.


각각 다 목표 설정. 자체 매출 2배, 본사 매출은 자체 매출 이하.


매출 부진, 푸시, 채권 악화, 수입 감소, 의욕 상실의 악순환. 리를 단칼에 끊어야 했다.

병이 아닌 대수술이 필요한 암이었다.

빨간색으로만 보이는 빨간 안경 대신 파란색 안경으로 보아야 했다.

서울 본사에서 화장품 제품 교육 일주일, 대리점별 첫 순회 방문 일주일이 화장품 경력의 전부니까

빨간색 안경은 애초에 가진 게 없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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