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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an 04. 2020

대망의 첫 편의점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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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포스, 판매, 청소, 친절 등 제반 업무는 하면 되는데 검수가 문제였습니다. --





첫 편의점 근로 조건은 주 5일 18시부터 22시까지 4시간, 최저 시급 8,350원, 정식 출근은 다음 주 일주일 후고 내일부터 이틀간  시간씩  시간 교육받기로.


첫 출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31년 전 88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첫 직장에 출근했었지요. 그땐 대기업 여의도 63 빌딩, 지금은 지방 소재 편의점. 여전히 출근은 설레었니다.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니까요. 97년 퇴직 후에도 출근은 계속했지만 사장으로서 직원들 월급 주는 입장이었고 이번은 급여를 받는 입장이니 같은 출근이라도 느낌은 달랐습니다.


첫날. 포스, 판매, 청소, 친절 등 제반 업무는 하면 되는데 검수가 문제였습니다. 처음 도착한 우유, 발효유, 커피 등 수십 가지 상품을 검수하는데 상품도, 상품명도, 진열 위치도 모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반도 못 했는데 아이스크림류 도착. 녹으니까 이거부터 검수를 서두르고 다시 처음 상품으로 돌아가 검수하는 중에 이번엔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도착. 검수만 하면 빨리 익힐 수 있는데 손님 올 때 다 카운터로 달려가서 계산하니 더뎠습니다. 점장님과 다음 근무자가 포스 계산을 일부 맡아줘도 손님이 가장 붐비는 저녁 시간대라 늦어졌습니다.


자발적으로 교육 시간을 시간 늘리고 그것도 모자라 더 연장하고, 교육일을 2일 더 연장해도 무리가 컸습니다. 이래서는 검수로 인해 포스 재고 관리는 물론 판매까지 문제가 번질 상황. 근무일은 이틀 후로 다가오는데 그 사이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사장님께 사실대로 말하고 바로 사람 뽑을 수 있는지 정중히 양해를 구했습니다. 있다 하였고, 검수 제대로 익혀서 다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교육 기간 시급은 안 주셔도 된다고 말했고, 마지막 날 오피스 청소를 구석구석 한 시간 가량 깔끔하게 해 드렸습니다. 전 삼 일도 검수로 헤매었을지언정 청소만큼은 출근해서 한 번, 퇴근 직전 한 번 꼬박꼬박 했습니다.


이거 하나 제대로 못 하나 크게 낙담되었습니다. 60세 가까우니 치매끼가 있나 걱정도 되고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교대 근무자들에게 편의점 초짜 때 어땠냐고 물으니 둘은 배우는데 일주일도 더 걸렸다고, 다른 한 명은  한 시간 교육받고 실전 투입됐다고 자랑하는데 믿기지 안 않습니다. 정말이냐고 재차, 삼 차 물어도 그렇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검수 생략하고 바로 진열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이렇게 대망의 첫 편의점 출근은 검수의 벽에 막혀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2019년.





참고.



검수기 사용하면 상품명을 몰라도 검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이 편의점은 검수기 없이 검수. 편의점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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