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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23. 2023

시균이 로드

출퇴근 길 매장 가까이 300미터에서 매일 마주치는 일이십 명 아이들


시균아 안녕

응, 안녕. 어디가


오늘 뭐 하고 놀았어?

축구

어디서?

근린공원에서요


시균아 롤업젤리 들어왔어?

응, 오늘 12시. 빨리 가봐. 금방 다 팔릴 거 같아.


시균아 어디가

응, 일 끝나서 밥 먹으러 가려고


모르는 척 하는 거 같으면 내가 먼저


어디 가?

학원 가


인도 옆 아파트 놀이터에서 큰 소리

시균아 어디가

집에 가

하나가

누구야

몇이서 이구동성

간식천국 시균이야


어제는 사거리 맞은편 초5 여아, 중1 남학생. 둘이 손 잡고 나란히

파란불 건너는데 여전히 손 잡고

너희들 남친 여친이구나

예, 맞아요

속으로, 위험하다. 녀석 담배 피우는데. 남중생 여럿 사이에 여아 혼자 있는 거 몇번 봤다. 부모에게 알릴 방법 없을까?


학원가


시균아 어디가

응, 가게 가

왜 맨발이야?

산에서 맨발로 걸어. 건강에 좋아.

집이 어디야?

응, 저 동산 넘어.


매장 오픈 반 년, 시균아 안녕 석달

서로 반기니 늘 출퇴근길이 기대 된다


자칭 시균이 로드ㅎㅎㅎ

매장 앞 인도에서 사거리까지 200여 미터. 사거리 신호. 직진 산쪽으로 아이들 학원가까지 100여 미터.




ㅡㅡㅡ




매장 안에선 늘 아이들과 대화

첫 인사는 시균아 안녕. 내가 먼저 안녕하거나


넌 왜 말 안 놓니?

어른이라 못 해요.

이런 아이도 있지만 는 아이가 훨 많다. 권하면 주저하거나 헤헷 바로 하거나


시균아 안녕

어머, 호호호

초2 아들이 그러니까 엄마가 깜짝 놀라면서 바로 웃음

대개 부모들이 아이들이 이러는 줄 안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자랑 삼아 얘기할 테니까. 다 보라고 매장에 게시도 했거니와

어머니도 시균아 안녕 하셔도 돼요

아직 그런 부모는 없다




ㅡㅡㅡ




시균아 안녕과 반말

나는 어려지고 아이는 어른 된 느낌

서로 바라는 바

관습을 깨는 일탈의 짜릿함

위계를 벗어던진 자유의 영혼

절로 추억이 생기며 진짜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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