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 매장 가까이 300미터에서 매일 마주치는 일이십 명 아이들
시균아 안녕
응, 안녕. 어디가
오늘 뭐 하고 놀았어?
축구
어디서?
근린공원에서요
시균아 롤업젤리 들어왔어?
응, 오늘 12시. 빨리 가봐. 금방 다 팔릴 거 같아.
시균아 어디가
응, 일 끝나서 밥 먹으러 가려고
모르는 척 하는 거 같으면 내가 먼저
어디 가?
학원 가
인도 옆 아파트 놀이터에서 큰 소리
시균아 어디가
집에 가
하나가
누구야
몇이서 이구동성
간식천국 시균이야
어제는 사거리 맞은편 초5 여아, 중1 남학생. 둘이 손 잡고 나란히
파란불 건너는데 여전히 손 잡고
너희들 남친 여친이구나
남
예, 맞아요
속으로, 위험하다. 녀석 담배 피우는데. 남중생 여럿 사이에 여아 혼자 있는 거 몇번 봤다. 부모에게 알릴 방법 없을까?
학원가
시균아 어디가
응, 가게 가
왜 맨발이야?
산에서 맨발로 걸어. 건강에 좋아.
집이 어디야?
응, 저 동산 넘어.
매장 오픈 반 년, 시균아 안녕 석달
서로 반기니 늘 출퇴근길이 기대 된다
자칭 시균이 로드ㅎㅎㅎ
매장 앞 인도에서 사거리까지 200여 미터. 사거리 신호. 직진 산쪽으로 아이들 학원가까지 100여 미터.
ㅡㅡㅡ
매장 안에선 늘 아이들과 대화
첫 인사는 시균아 안녕. 내가 먼저 안녕하거나
넌 왜 말 안 놓니?
어른이라 못 해요.
이런 아이도 있지만 놓는 아이가 훨 많다. 권하면 주저하거나 헤헷 바로 하거나
시균아 안녕
어머, 호호호
초2 아들이 그러니까 엄마가 깜짝 놀라면서 바로 웃음
대개 부모들이 아이들이 이러는 줄 안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자랑 삼아 얘기할 테니까. 다 보라고 매장에 게시도 했거니와
어머니도 시균아 안녕 하셔도 돼요
아직 그런 부모는 없다
ㅡㅡㅡ
시균아 안녕과 반말
나는 어려지고 아이는 어른 된 느낌
서로 바라는 바
관습을 깨는 일탈의 짜릿함
위계를 벗어던진 자유의 영혼
절로 추억이 생기며 진짜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