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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Dec 17. 2022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오래된 집에 살아서인지 겨울만 되면 아무리 철벽 방어를 해놓아도 미세한 틈을 비집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계절이 이렇게 또 바뀌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오래된 집도 어느새 정이 들어 와이프가 아무리 새집으로 이사 가자고 해도 왠지 모를 섭섭함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찬바람이 들어오 보일러를 틀어도 실내 기온이 오르지 않는 집이라지만, 그래도 서울 가까운 이곳에 마음 편이 책 읽고, 글 쓰고, 커피 마실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다행인지. 이런 게 보통 사람의 삶인가 싶다가도, 이게 보통 이하인지 아니면 보통 이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잠시 생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릴 적 꿈은 정말 소박해서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순간 큰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의사, 정치인과 같이 거창한 꿈을 꾸는 동안 저는 참 소박한 꿈을 가졌습니다. 왜 그런 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처럼 크게 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집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는데, 소위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도 아니면서 어쩜 그리 돈에 관심이 없었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만큼은 한량의 그것 같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다가 질질 끌게 되는 건, 글을 쓸 때도, 누군가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쑥스럽거든요. 그러니까 이러토록 망설이게 만드는 그 꿈이 뭐냐면, 제주도에 가서 계란장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10살 남짓 한 아이가 가지기에는 너무도 엉뚱한 꿈. 계란장수가 뭐가 그리 좋다고, 딴에는 제주 좋은 것은 알아서 제주도 가서 계란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나 봅니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 되면 가끔 계란장사를 놓고 토론을 벌이곤 하는데, 화두는 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꿈이 계란장사였는가?입니다. 저도 이유를 모르니 아직까지 가족도 이유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 아닐는지요. 보통의 삶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고 경치 좋은 곳에서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으며 내 마음 편히 살고 싶은 그런 마음. 희한한 건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는 것. 오랜 기간 사회라는 시스템에 얽매여 살았음에도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


10년 전쯤 직장 선배가 저를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너는 나비 같다. 나비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하던 차에 선배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언제든지 지금의 자리를 벗어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것 같다고. 그래서 나비처럼 보인다고. 그런데 그 이후 10년 동안 어디론가 날아가지 못하고 그저 그런 자리를 맴돌기만 했습니다. 돌고 돌다 지치면 다른 회사를 찾아 다시 돌고. 그러다 다시 지치면 나비가 아닌 메뚜기처럼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그럼 삶. 


모든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보통의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되고 싶은 꿈이라고. 보통 그러니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고. 살아보니 그게 맞는 말인지 알겠습니다.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싶어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내가 과연 어느 정도 다가왔는지 전혀 감히 잡히지 않습니다. 이놈의 삶이라는 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맞는데,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남과 비교하게 되고, 남보다 나은 것 같으면 안심이 되고, 남보다 못한 것 같으면 피하고 싶어 집니다. 보통의 사람이 무엇인지, 그 꿈을 어떻게 하면 달성할 수 있을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이 편한 삶을 기대하는 것, 그것만큼은 어릴 적에도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진짜로 제주도에서 계란장사를 할 수도 있겠다 싶어 헛웃음 한 번 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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