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걱정에게 먹이를 주지 마
제목을 보며 문득 인디언의 속담이 떠올랐어요.
마음속에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는데 하나는 선한고 하나는 악한 늑대였죠. 그리고 누구에게 먹이를 주냐에 따라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될 수 있다. 먹이를 주는 건 나 자신이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전 곰곰이 생각해 봤죠. 과연 난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가? 제가 먹이를 주는 건 공교롭게도 선도, 악도 아닌 '걱정'이었어요.
정말 걱정 그 자체였어요. 태산 같은 걱정들에 그만해야지 말하면서도 돌아서면 나도 모르게 걱정거리를 만들어냈죠. 걱정을 걱정하는데 이른 겁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내길 바라며 책을 펼쳤어요.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착각이 만들어 낸 환상이죠. 바라던 것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건 실패한 것이다. 그런 관념이 만들어 낸 부족용이에요. 이야기해 보면 저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완벽이란 함정에 빠져 있어요. 물론 저도 그중에서도 심한 축에 속하죠.
실패의 범위가 크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실패라 여깁니다. 행동하는데 생각이 많아져요.
'이렇게 해도 될까?'
실패했어도 핵심요소만 손보면 충분한데 모든 걸 망쳤다고 자괴감에 빠져버리죠. 나아가 좋은 결과가 나와도 기대했던 결과가 안 온다면 실패가 되는 겁니다.
결국 포기해 버리는 거죠.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은 언제나 붙어 다니는 한 쌍입니다. 마음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에도 언제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자기혐오가 생기면 자기 연민이 따라옵니다
자기혐오가 심한 사람은 항상 핑계를 준비하는 것 같아요. 항상 나쁜 결과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자신의 부족함으로 찾는 것 같아요.
'긴장하지 않아서 그렇다.'
'왜 이런 사소한 걸 놓치는 거냐.'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질 않는구나.'
스스로를 엄하게 하고, 모질게 하지만 이런 행동이 다음에 더 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를 벌하기 위해 행해진 행동이죠. 내가 이렇게 모질게 했으니 실수에 대해서 자기 책임을 다했다는 핑계를요.
노력의 크기와 결과의 행복도가 언제나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길 바랍니다. 이를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노력하는 나’에만 심취하는 것은, 새총이 겨누고 있는 곳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고무줄이 얼마나 팽팽하게 당겨졌는지만 신경 쓰는 것과 같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무작정 나아가는 것만이, 열심히 한다는 것 만이 답은 아니에요. 똑똑하게 힘을 써야 하고 무슨 일이든 그 방식이 중요한 법이죠.
가령 운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한창 러닝에 재미가 붙었던 때였어요. 아직 슬럼프는 없었지만 운동 후 정강이가 아팠어요. 처음엔 안 하던 운동을 하면서 생기는 통증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다 러닝화를 바꿨는데 그 이후로 정강이가 아프지 않더라고요. 물어보니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뛰어서 그렇다며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어요.
그 후 운동한 다음 몸에 이상이 있으면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곤 했어요.
이렇듯 무작정 열심히 하는 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생겨날 문제만 보면서 행동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모든 일엔 주의가 필요하고 신중해야 하는 법이지만 우리가 하려는 일에 대해 모든 것을 대비할 순 없으니까요.
노력도 마찬가지예요. 하다가 정체되었다 생각되면 점검해 보면서 나아가면 되죠.
다만 저처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의 방향성만을 생각하며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네요.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내가 나의 코치가 된 것처럼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면서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목표치를 달성함으로써 스스로 뿌듯함과 효능감을 느끼는 겁니다.
저는 이 통제감이라는 말이 좋았어요.
저처럼 계획성 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거든요.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마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빠져버려요. 또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감일이 코앞에 닥치고 나서야 서둘러 일을 해쳐버리곤 하죠. 물론 '다음엔 미리 해야지.'라는 말은 잊지 않으면서요.
제가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이유도 스스로에 대하 통제감을 갖기 위해서였어요. 즉흥적인 욕구들(군것질 등 먹거리나 쇼핑중독 등등)을 줄일 수 있겠다는 것과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바로 잡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스스로가 계획했던 일을 해낸다는 성취감이었어요. 스스로와 한 약속을 쉽게 어기고 포기하다 보니 이에 대비해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일 년 중 한 달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매 년 꾸준히 다이어리를 샀어요. 언젠가 되지 않을까. 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하다 보니 작년엔 저와 맞는 다이어리를 찾으면서 처음으로 8할을 이상을 채웠네요. 주간 다이어리다 보니 쓰기 좀 편하더라고요. 돌아보니 매일 쓰는 데일리 형태의 다이어리는 제가 쓰기엔 너무 복잡했었네요. 올해는 다른 형태의 데일리 다이어리를 사서 도전했는데 좀 어려워서 간신히 5할을 채웠네요.
결국 통제감이란 결국 내가 말한 대로 행동하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거창해 보이지만 자칫 '내가 그렇지.'라며 쉽게 포기해 버릴 수 있으니까요.
고민은 당신의 꿈을 보여 주는 나침반입니다.
제가 했던 고민들을 정리해 보면서 과연 제가 무엇을 바라며 걱정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남에게 잘 보이고 싶다였어요. 내 단점이 드러나지 않아야 했고,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만들면서요.
제 꿈이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이었나 싶어 부끄럽네요.
여러분의 민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