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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자리작가 Jul 10. 2024

불안의 대답들 [불안할 때, 심리학]

[책] 불안할 때 심리학

보통 심리학 책을 찾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불안할 때죠.


저는 남들보다 예민해 불안이 더 힘들었어요. 지인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무슨 일 있나? 나 때문에 그런가?' 하며 걱정하거나 메시지를 받는데 말투가 무심하면 내가 실수한 게 있나? 되돌아보며 안절부절못했어요. 그냥 스치듯 지나갈 생각들이 머물며 저를 괴롭혔어요.


그래서 볼만한 리스트를 찾을 때 관심 키워드가 '불안'과 '걱정'인데 마침 이 책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죠.





불안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호전된 것은 아니다. 무서운데도 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목표는 상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불안과 마주한다고 해서 그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들지 않아요.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죠. 위험하다고. 날카로운 면도칼을 목에 댄 느낌이에요.

과거의 경험으로 새기진 기억들이 실체처럼 다가와요.

반복되는 활동으로 상황을 마주해 익숙해져야죠. 새로운 경험으로 덮는 것처럼. 익숙해지기 전까지 바뀌지 않아요.

남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나에겐 말이 되는 상황이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 불안의 증거(예후)로 보여요.

상대의 눈빛, 숨소리, 행동(습관)까지 신경 쓰게 되죠. 우린 불안하니까. 불안이 경고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예고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요. 왜냐면 과거의 사건에만 해당되는 것이니까요. 심지어 그걸 예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그저 일상적인 요소 중 하나 일 뿐이에요.



공포증 뒤편에는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난처한 상황에 빠지거나 거부를 당하거나 자제력을 잃고서 남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제가 일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잔실수가 많아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죠. 제가 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제 몫을 못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실수 때문에 항상 일을 더 만들어 내니 더 잘하려고 하기보단 내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하고 다녔어요. 또 굳이 나서서 하지 않는 거죠.

심지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들 뿐만 아니라 사소한 감정표현조차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점차 망부석 같은 사람이 되어 간 거죠. 

생각해 보니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절 굉장히 소극적으로 만들었네요.

 



당신이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말로 표현한 내용뿐이며, 그것마저 거짓이거나 틀렸을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다른 사람을 선하게 대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의도는 중요합니다.

물론 내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더라도 그 뜻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기도 해요. 내 표현이 미숙하거나 상황과 맞지 않는 행동은 아무리 좋은 의도였더라도 상대 입장에선 악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잔소리가 그러하죠. 분명 우릴 위한 말들이지만 달갑지 않거든요. 듣는 이의 입장에선 매 번 같은 말로 다가오는 스트레스일 뿐이죠. 결국 전하는 방식의 차이인 것이에요.



한 단계 한 단계 모두 노트에 기록하라 대부분의 내담자가 초기에는 상태가 호전됐다고 느끼지 못한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져야 호전됐음을 깨닫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노트에 기록하면서 불안이 많이 줄었어요.

불분명한 불안들이 많았는데 이런 불안들을 기록하고 보니 같은 불안들은 빨리 정리할 수 있었죠.

그러나 효과가 빨랐던 건 아닌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요?





두려웠어요.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감정이 전혀 제어가 안되니까요.

어쩌면...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어 절망했어요.

책을 보면서도, 강연을 들으면서도 '이게 도움이 될까? 내가 이 불안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했던 질문과 사색들이 이제야 조금씩 답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불안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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