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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27. 2024

"팀장이 아닌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 의견이 중요하다"

팀장이라는 이유로 개인적 견해를 마치 정답인 양 말하는 것은 실례이다

현대 조직에서 팀장의 리더십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팀의 창의성, 유연성, 문제 해결 능력은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팀장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답은 '신뢰와 존중'에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율성과 존중의 리더십이 조직의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년 전 세계 직원들이 참여하는 해킹 매러톤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행사에서 직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다양한 부서의 동료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해커톤 2022 우승팀, ⓒ마이크로소프트


이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22년에 열린 해커톤에서는 전 세계 75,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참여하여 10,000개가 넘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이 중 상당수는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되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해킹 매러톤 문화에 대해 "직원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의 창의성을 신뢰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자율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 문화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조직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스타트업에서 각기 다른 배경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법인 대표가 나를 불러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가 팀을 이끌어 줄 것을 요청했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지만, 대표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나는 팀원 중 한 명에게 세부 기획을 맡겼다. 그의 역할은 내가 제시한 큰 틀에 맞춰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었다. 팀원으로서 그의 업무 몰입도는 놀라웠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업무 환경에서 팀원들은 더욱 높은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발휘하게 된다.


기획안이 완성되어 그가 내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검토 후 별다른 수정 사항 없이 진행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내가 너무 쉽게 동의한 것은 아닌지, 제대로 검토하고 관심을 가졌는지 되물었다.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중에 이 문제에 대해 당신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였어요."


"제가 팀장이라는 이유로 개인적 견해를 마치 정답인 양 말하는 것은 실례이자 오히려 프로젝트 진행을 방해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그도 이내 내가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욱 집중력 있게 업무를 해나갔다. 이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녀에 따르면,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일수록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다고 한다. 팀장이 권위적으로 군림하기보다 팀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다만, 팀장은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팀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팀원들 간의 협력과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팀 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율성이 무질서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거 팀원으로 있을 때, 나 역시 근거 없는 팀장의 개인적 견해가 마치 절대적 기준인 양 제시될 때면 무척 괴로웠다. 깊은 고민 없이 뱉어내는 피드백은 오히려 그들의 피상적 이해와 관심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불필요한 개입보다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리더십 전문가 켄 블랭차드 역시 '자기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정한 리더는 팀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팀원이 동일한 수준의 역량과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팀장은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 성격과 업무 스타일 등을 파악하여 맞춤형 코칭과 피드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팀원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팀장이 구성원 개개인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신뢰할 때, 조직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자율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팀 문화는 구성원들의 몰입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조직의 혁신과 성장의 토대가 된다.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면, 자율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업 문화가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혁신을 이루어냈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나 직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팀원 개개인을 인정하고 신뢰하며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데서 비롯된다. 에드먼슨 교수와 블랭차드가 강조하듯, 팀장은 이 점을 명심하고, 불필요한 간섭 대신 팀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팀의 진정한 성공을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각자가 리더십을 돌아보고, 변화와 성장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뎌 볼 때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엇일까? 팀원들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작은 실천이 쌓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자율성과 존중의 리더십으로 우리 모두가 성장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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