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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Bom Mar 30. 2024

I   에 필 로 그   I

MONO PROJECT ARCHIVE

처음부터 물건의 가짓수를 19개로 정하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숫자의 물건들로 채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 혹은 잊어버려도 괜찮은 물건들은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그런 기준으로 생각하니 당장 입는 옷이나 매일 사용하는 테이블 같은 것들 마저도 굳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일본 미니멀리스트의 집처럼 수건 한 장, 이불 한 벌로도 살아질 수 있는 것이 삶인가 싶기도 하다.


이전의 삶보다 조금은 가벼워졌다.


물욕으로 가득해 사둔 옷과 신발들을 처분했고 계절마다 한번씩 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놓지 못해서 다만 자석 하나, 엽서 한장이라도 사두고 있으니 없이 살기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삶이다.


쓰여진 19가지의 물건에는 이렇다할 공통점이 없다. 세월이 오래되어 값어치를 가지게 되는 것들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여 가지기 어려운 것들도 아니다. 50년 가까이 된 엄마의 물건들부터 한달 전 받은 텀블러까지.


어떤 것들은 기운을 북돋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감정을 읽어주고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위로와 다짐 같은 것들을 갖게도 하는 지극히 사적인 취향의 모음들이다.


언젠가 마모되어 수명을 다하거나 혹은 흥미를 잃게 될지라도, 다만 얼마의 시간동안 곁을 같이하며 이야기를 품었으니 그것으로 존재이자 쓰임이 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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