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mBom Mar 30. 2024

UNIT 19. 다시 쓰여진 물건

MONO PROJECT ARCHIVE

몸에 지니고 있으면 기운을 주는 것 같은 물건들이 있다. 딱히 실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마다 의미가 있어서 중요한 날이면 꼭 찾게 되는 그런 물건 말이다. 나에게는 시계가 그렇다. 세대를 물려주며 보관해야 할 고급 시계도 아니고 요즘 같으면 브랜드 이름도 생소할 정도의 값이 나가는 물건은 아니다.


시작을 살펴보니 나와 브랜드의 나이가 같다. 신발 브랜드로 알려져 있고 2000년대 초만 해도 꽤나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그렇듯이 어느 정도 브랜드를 키우고 나면 상품 범위를 확장하기 마련인데 시계 같은 액세서리로 확장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온라인에서나 구매가 가능한 정도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 20년의 세월이 훌쩍 넘어버린 시계인데, 대학에 들어가던 시점에 받았던 선물이다. 중앙에 아주아주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고는 하는데 딱히 확인할 길은 없다. 실버 메탈 시계는 검지의 한마디보다도 작은 다이얼에 아주 얇은 스트랩이 연결되어 있다. 시계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팔찌 같은 액세서리 효과가 더 크다.


요즘은 딱히 시간을 보는 목적으로만 시계를 쓸 일이 잘 없다. 20년 전의 실버 메탈 시계 하나와 엄마가 쓰던 시계 하나를 물려 받아 가지고 있는 전부다. 손목에 무언가 얹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스마트워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실용적 의미로 시계가 사용될 일은 잘 없다. 대신 중요한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 같은 일에는 꼭 시계를 착용한다. 특히 실버 메탈의 시계를 주로 쓰는데, 최대한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형태의 차림에 심플한 디자인의 시계가 제법 잘 어울린다. 얇은 디자인의 스트랩은 원래 손목의 굵기보다 조금 여유 있게 줄 길이를 잘라서 사용하는데, 약간 헐렁한 느낌으로 착용해 팔찌 같은 효과도 준다.


처음 마주하는 대상일 경우, 나의 시계를 보고 대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 비즈니스 미팅을 앞두고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의 대화들이 오갈 때면 업의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착용하고 있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으로 칭찬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통 많다. 시계보다는 팔찌 같은 액세서리 기능이 강해 보이다 보니 "시계가 참 이쁘네요"라고 이야기를 걸어오면 "20년도 넘은 시계예요" 바로 대답 버튼이 눌린다. 그럼 대부분 오랜 시간 잘 보관했다거나 지금 해도 촌스럽지 않다는 말들이 돌아오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학생 시절에는 딱히 어울리는 느낌이 아닌 것 같아서 일상적인 쓰임보다는 시험을 보는 날 확인하기 위한 시계로 주로 사용했다. 손목에 차기보다는 가지고 가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시 챙겨왔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묵히고 나니 오히려 클래식함을 아는 패션 아이템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야깃거리로도 쓰이며 쓰임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요즘은 미팅이 아니더라도 기운이 나게 하루가 흘렀으면 하는 날 자주 손목에 지니고 나온다. 겨울 느낌의 시계는 아니지만, 심플한 컬러 니트에 청바지, 플랫슈즈를 매치하고 실버 메탈 시계를 더하니 손목으로부터 청량한 느낌이 들어 하루의 시작이 즐겁다.



UNIT 19. 다시 쓰여진 물건

NAME.   탠디(TANDY) 실버 메탈 스트랩 시계

FROM.   한국

SINCE.   1983

PRICE.      -


이전 19화 UNIT 18. 일상을 함께하는 물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