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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귀 Jul 17. 2023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며

경력직이지만 신입 무기 계약직입니다 (10)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부모님의 위대함이었다. 나는 매일같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마음에 담고 친한 사람들에게 불평을 쏟아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는데 부모님은 어떻게 몇십 년을 일을 하며 자식들에게 회사가 힘들다고 불평 한 번을 한 적이 없을 수가 있었는지. 


게다가 나는 내 밥벌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주변을 둘러볼 수 없어서 나를 위해서만 월급을 사용했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부모님들은 평생 그렇게 힘들 게 번 돈을 가족들을 위해 사용했고 그게 당연했었다. 


직장에서 치이고 상처받고 눈물과 코피를 흘리며 퇴사를 반복하고 나서야 부모님들이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사셨는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내 인생 첫 직장이었던 A사에서 1년 반, 미친 인간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경험도 했으며 아프기도 하고 아주 조금이나마 사회생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B사에 경력직으로 이직하고 2년. 만족스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약 3년 반 정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길고 긴 인생에서 3년 반이라는 시간은 짧은 기간이지만 그 경험의 농도는 짙었고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내가 더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나는 나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그러나 A사에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고 B사에서는 달라지려고 했지만 나아지지는 못했다. 


직장생활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누구를 만나 근무를 할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자신을 움직이는 것뿐. 






브런치스토리에 나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글로 남기며 간혹 자신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코멘트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게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다들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이 세상 직장인들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열심히 살고 있구나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한국을 떠난 지도 벌써 6년이 지나서 지금 한국의 회사 생활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나아졌을 것 같기는 한데 뉴스를 보면 더 힘들어진 부분도 있을 것 같고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이 변한 건 확실한데 사람들이 가지각색인 건 여전한 것 같아 보인다. 


나는 아마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자신이 없다. 이렇게 말하지만 일본에서도 벌써 6번이나 이직을 경험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본에서 겪은 직장 생활은 다른 시리즈로 엮어서 글로 풀어볼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직장생활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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