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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귀 Feb 27. 2023

기나긴 터널 끝이 또다른 터널의 시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 알고 보니 블랙기업? (1)


언제부터인지 MZ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흔히 보인다.


지금의 MZ 세대처럼 내가 20대였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내가 사회인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할 때에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아주 흔했다.

 

삼포세대는 세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다. 여기서 세가지는 연애와 결혼, 육아를 나타내고,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런 것들을 포기하는 세대를 일컫는 그당시 신조어가 삼포세대였다.






나는 08학번이고, 내가 대학생때는 스트레이트 졸업을 하는 사람이 정말 적었다. 내가 매주 챙겨보던 잡지인 대학내일에서 스트레이트 졸업을 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며 보기 드물다는 이야기를 쉽게 할 때였다. 


지금은 여러가지로 달라졌겠지만 그때는 다들 1년은 휴학을 해서 취업 준비를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4학년 1학기까지 다닌 학교에 휴학 신청을 하고 1년 동안은 스펙 쌓기에 몰두했었다. 경기도에서 강남으로 토익 학원을 다녔고, 모두가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MOS 자격증을 땄다. 나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나보다 더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그러면서 나는 평일에는 블럭 교실 선생님, 주말에는 치킨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그때는 열심히 살았고, 스스로 작은 만족감도 느꼈었다. 


하루를 꽉 채워 생활하는 것이 나에게는 삶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줬었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기 위해서 2학년 때부터는 대외활동을 닥치는 대로 했었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좋았다. 대외활동은 휴학을 하기 직전인 4학년 1학기 전까지도 할 수 있는대로 무조건 했다. 


그런데도 휴학을 하고, 막상 취업 전선에 뛰어 드니 모든 게 녹록치 않았다. 초록 캠퍼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4년제 지방대의 이름은 이력서에서 너무나도 힘이 없었다. 게다가 토익 성적도 보통, 자격증도 보통. 나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참 많았다. 


나와 같이 취업 준비를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07학번이 취업할 때 회사 문을 닫고 들어갔다는 말이 있었다. 현재까지도 취업난은 이어지고 점점 살기 팍팍해진다는 걸 안다. 내가 제일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당시에는 그런 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을 잘 안 뽑기도 했고,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취직이 안되는 시기였다. 내 기억으로는 이때부터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던 것 같다.






50통 조금 넘는 이력서를 쓰고, 운이 좋으면 가끔은 면접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 때만해도 압박 면접이 드물지 않았어서 압박 면접을 본 날이면 집에 오는 전철에서 울기도 했고, 반대로 내가 이력서를 돌려 쓰다가 회사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거나, 면접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드는 곳도 있었다. 


졸업 전까지 결국 취업을 하지 못한 나는 졸업 유예를 선택했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던 그 때의 나를 생각하면, 그때 느꼈던 어두운 터널을 걷는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니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평생 이렇게 취직이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만연했었다.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어서 신문사에 지원했다가 1차에는 붙었는데 2차 시험에서 낙방하기도 했고, 언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홍보, 마케팅 일이 하고 싶어서 계속 관련된 공고가 나오면 이력서를 써서 지원했다. 


취준생 때는 매일 매일이 우울했었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에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빅뱅이론만 주구장창 본 날도 많았다. 


그때는 희망이 없었고... 돈도 없었다. 


한참 그런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토익 학원을 그만 다니고 이제 스터디만 하고 있을 때, 친구랑 같이 평소처럼 스터디 끝나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A사는 면접을 보고나서 시간이 조금 지난 곳이라 기억이 가물 가물했는데, 최종 합격했다고 첫 출근 일정을 맞추자는 인사과 직원의 연락이었다. 


깡총깡총 뛸 듯이 기뻤다. 식당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했고, 전화를 받을 때 옆에 있던 친구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

전화를 건 인사과 직원에게 연락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10번은 했을 것이다. 


어디까지 이어진 지 모를 어두운 터널을 계속 걷고 있었는데 조그마한 빛이 보인 것이다.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하면... 그 순간 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고 하는 게 맞다.  


이제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면접을 본 지 꽤 지나고 나서 연락이 왔다는 게 무슨 의미 인지, 

아니면, 인사과 직원이 출근 여부를 물어보는 목소리가 걱정스러웠다던지 하는 낌새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순간을 오롯이 행복했다.  


내가 취직을 했다! 

그 사실만이 머릿 속에 가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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