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머니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누구에겐 듣기 싫은 시어머니일 수 있고 공감 가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복이 많아선지 난 다음 생에도 이 여자의 며느리가 되고 싶다. 어머니가 가시던 날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음 생엔 내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가 내 며느리가 되자고. 그럼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드리겠다고...
그렇게 다시 만나고픈 여자가 내 시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한 번도 내게 시어머니였던 적이 없었다. 솔직히 친정엄마보다 더 내속을 꺼내놓고 살았다. 친정엄마에겐 못하는 속상한 얘기도 어머니에게는 다 털어놓을 수 있었다. 살기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말들을 어머니는 고스란히 받아주셨다. 그리곤 이 말도 해주셨다
"하늘을 보거라 며느라. 저 하늘 아래 이렇게 내가 서있다 하며 대단하게 살거라" 그렇게 어머니는 날 보듬어 주셨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 아래 난 이렇게 서있건만 날 서게 해 준 어머니는 어디 계시는지...
더운 여름 기운이 없어 쳐져 있던 날이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뭘 하시는지 방으로 오질 않으셨다. 점심때가 돼서야 삼계탕 한 그릇을 들고 오셨다. 얼굴은 온통 땀범벅이었고 목엔 수건까지 두르고 계셨다. 더운 날 시장까지 다녀오시고 불 앞에서 닭을 삶고 계셨다.
"날도 더운 데 있는 반찬에 한 끼 먹으면 되지 뭐 하러 이렇게 닭을 푹푹 삶으셨어요" 오히려 내가 타박을 했더랬다. "아이그 무슨 소리! 엄마가 잘 먹고 힘내야 애들도 키우고 하지. 우짜든가 니 몸을 젤로 아껴" 하시며 밥까지 푹푹 말아주셨다
어떤 날은 며느리 먹일 꼬막무침을 하느라 아침부터 바쁘셨다. 괜찮다 해도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된다며 기어이 해주셨다. 양념이 소복소복 발라진 꼬막은 접시에 담길 새도 없이 내 숟가락에 올려졌다. 맛이 어떠냐며 어머니는 내 입만 보고계셨다. 날름날름 받아먹는 며느리가 얄밉지도 않으신지 숟가락에 자꾸자꾸 얹어주셨다. 꼬막도 맛났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더 맛 좋았다.
자식을 챙기는 어미의 마음이
자식을 다독이는 어미의 정성이
자식을 품는 어미의 어루만짐이
어머니밥엔 그득 담겨 있었다
"밥 굶지 마라. 기운 빠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어쨌든 끼니는 꼭 챙겨 먹어라"
어머니한테 밥은 밥이 아니었다. 사랑이고 짠함이고 어머니가 내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종종 거리며 사는 자식들을 늘 짠 애 하셨다. 옆에 같이 있진 못해도 속 든든히 채워주는 밥 한끼 돼주고 싶어하셨다.
"내가 해줄게 밥뿐이 더 있겄니"
하시며 부엌에서 밥해주시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어머니가 계시던 식탁 언저리가 설렁하고 부엌이 허전하다. 내가 암만 거기 있어도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그 좋아하시던 밥을 거기서도 하고 계시려나...
이젠 그만하셔요 어머니
자식들 잘 살고 있으니 맘 놓으셔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