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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트 Feb 03. 2024

[소설] 인간생산시대_창아의 고민

주간 라트 2405

모임이 끝난 후에 창아와 연산, 산모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그들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


"창아야, 너! 오늘 어째 분위기가 안 좋다."


모임 내내 창아를 살피던 산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게, 창아 너! 표정이 어째 좀 비장해 보이던데. 무슨 일 있냐?"


연산도 산모의 말을 거든다.


"별일은 없는데. 요즈음 왠지 좀 꿀꿀해. 내가 누구인지? 나는 왜 살아야 되는지? 뭐 이런 철학 같지 않으면서도 철학 같은 주제가 내 머릿속을 온통 뒤덮고 있어."


"뭐야? 너! 아직 사춘기냐?"


"그러게, 그런데 구체적으로 고민이 뭔데?"


"구체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인간이 맞나? 아니면 그냥 나는 공장에서 생산된 공산품일 뿐인가? 하는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네."


"뭔 소리야! 네가 공산품이라니."


"사실 나는 너희들이 알다시피 인간생산시설에서 만들어진 존재잖아? 이게 공산품 하고 뭐가 다르겠어?"


"너! 너무 많이 나간다. 너는 지금 우리와 함께 카페에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너의 의지를 갖고 있는 엄연한 인간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


"정말, 짜증 난다. 네가 공산품이면, 나도 인간생산시설에서 태어났으니, 나도 공산품이라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단순히 네 문제가 아니라. 나를 모욕하는 거라고. 나는 인간생산시설에서 태어났어도 엄연히 인간이라고 자부해."


창아와 연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산모가 열을 올려 이야기한다.


"산모야, 너는 그렇게 간단히 현실에 순응하며 살고 있겠지만. 나는 다르다고. 내 머릿속은 매우 복잡해. 너나 나나 인간생산시설에서 생산된 거는 맞잖아?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부모, 엄마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내가 남들과 다름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어?"


"야! 야! 그러면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고아가 돼서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모두 인간이 아니냐?"


"그렇지는 않지. 그들은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만들고 낳아준 부모가 엄연히 존재하잖아? 그런데 나는 뭐냐고?"


"뭐긴 뭐야? 너도 누군지는 모르지만 너의 엄마와 아빠는 어딘가에 존재하지."


"누구를 이야기하는 건데? 나에게, 아니 인간생산시설에 자신의 정난자를 판매한 자들을 이야기하는 거야? 아니면 산모처럼 나를 자신의 배 속에서 키워준 인간생산시설에 고용된 임산부를 이야기하는 거야?" 


창아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연산과 산모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뒤엉켜 가는 느낌을 받으며 잠시 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잠시 후에 산모가 말을 다시 이어간다.


"나도 너처럼 인간생산시설에서 태어났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 인간은 "어떻게 태어났느냐?"보다 좀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 나는 창아 네 말대로 부모님이 계시고, 부모님이 누군지 알지만 나는 내가 너희들하고 다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산모 말대로 인간이란 보다 중요한 무언가 있어. 그러니까, 거 머냐 하면...... 그러니까 인간은 인간이야. 그러니까 너는 인간이라고. 네가 인간이 아니면. 네가 어떻게 지금 그런 고민을 하겠냐고?"


"그러니까. 너희들도 명확히 대답은 할 수 없는 거지?"


"그렇지만. 에이! 야, 너 상담을 받아봐야겠다. 심리상담 말이야. 뭔가 이상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확 풀리는 결론은 없었지만 자신의 안에 간직해 오던 고민을 이야기하고 나니 어느 정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은 들었으나 창아의 내면에는 계속되는 질문이 남아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지?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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