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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트 Jan 27. 2024

시창작론 정리_독창성

주간 라트 2404

독자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여 사고의 도약을 이루고, 통상 해 오던 생각에 균열을 일으키어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시인의 독창성이 시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독창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을 접하며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감각의 확장을 통한 놀라움과 경이로움은 독자를 특별한 세계로 초대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예술가가 독창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을 다음 세 가지 단계로 제시한다.


첫째, 다른 표현자와는 명백히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어서 잠깐 보면 그 사람의 표현이라고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업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경과와 함께 스타일은 성장해 가며 제자리에 머물 수 없다. 자발적이고 내재적인 자기 혁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일반화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되어 가치판단 기준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 혹은 다음 세대의 표현자의 풍부한 인용원이 되어야 한다.


독창성은 어떻게 창조되는가?


독창성은 일상에서 창조된다. 삶의 국면에 대단한 의미를 띠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삶을 적는 행위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고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영화 <패터슨>에서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각적 충만함을 자신의 노트에 꾸준히 적어 나간다. 대단한 작품이라 여기지 않고 책으로 출간하는 것에도 무관심해 보인다. 기르던 개가 시를 적은 노트를 물어 뜯어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작품이 그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고 빈 노트가 예비하는 쓰는 행위 그 자체에 의해 그의 개성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와도 대화가 통하고, 산책길에 만난 이방인과도 시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버스 승객들의 대화나 선술집의 난리도 일상적으로는 매우 흔한 것이지만 프랭크의 귀에는 그것이 시적 감각을 건드리는 의미 있는 잡담으로 여겨진다.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시를 쓰는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확실히 좀 다르다. 예술가의 명성과 텍스트의 완결성에 욕심을 내지 않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로서 세계를 마주하는 시간을 즐기며 일상을 영위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그의 눈과 귀를 비춰둔다. 침묵과 고요 속에 충만한 삶은 우리가 어떻게 읽고 쓰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잔잔한 질문을 던져 준다. <시창작론> 16. 17. 18쪽


일상의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사건과 생각에 대하여 감각적 기민함과 집중력을 통한 질문을 해 감으로서 독창성이 창조된다. 독창적인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탐구의 정신이 필요하다.




시는 단순히 문학 장르를 뛰어넘어 철학에 닿아 있다. 진리를 위한 탐구, 바로 그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뛰어넘어,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시작하고 즐기는 것이 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인은 시대의 전형을 찾고, 보이지 않는 진리까지도 파헤치는 탐험가이다. 탐험가로서의 시인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시인의 생각과 표현은 일반 대중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또한 일반 대중의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시인은 과학자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융합하여 대중에게 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무익한 것의 대표적인 작업인 시를 짓는 일을 하는 시인은 자신 만의 과학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시인은 항상 질문 속에 살아간다. '왜?'가 항상 붙어 다닌다. 질문하는 습관, 이것이 시인의 삶이다.


사과가 왜 나무에서 떨어질까를 생각한 뉴톤과 같이, 시인은 왜 사과가 빨갈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생각들을 한다. 사과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군. 사과는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군. 파란 사과가 해에게 심한 따귀를 맞아 빨개졌군. 해가 사과를 햇빛이라는 재료로 때린 따귀는 사과를 건강하고 맛있게 성숙시키는군.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생각 들을 인간의 삶과 융합하여 시를 쓴다. 시는 얼핏 보면 다분히 부자연스럽고 난해해 보일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아 난해해 보이는 시에서의 언어들의 조합이 오히려 시인과 독자를 조금 더 자유로운 세계로 이끌어 간다.


시는 정답을 적어 나가는 장르가 아니다. 단지, 정답에 가까이 가려 노력할 뿐이다.


[참고문헌]

- 김신정, 손택수, 신동옥, 이근화, 하재연 공저(2023). 시창작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커버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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