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여......
요즈음은 누구를 좋아한다고 따라다니거나 집요하게 좋아함을 표시하면 바로 스토킹 범죄자로 몰려 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청춘 남녀가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은 로맨스로 생각되어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재로도 사용되었다. 나의 청춘 시절에도 한 여학생이 나를 좋아하여 경찰서에 가서 나의 집주소를 알아내어 집까지 찾아와 선물을 주고 간 일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어서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게 범죄가 되는 시절이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 하는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 티브이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이 삽시다' 외에도 많은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내가 누군가의 사생활에 관심이 있는 거 같이 누군가도 나의 사생활에 관심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지켜보는 거와 같이 누군가도 나를 보고 있다.
정말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브런치 작가라고 페이스북에 적혀 있는 내 이름 아래에 커다랗게 써서 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내가 브런치 작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내 주변의 몇몇 지인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독자님뿐이다.
약 10년 넘게 성당에서 복사를 서고 있다 보니 우리 동네에는 나는 모르더라도 나를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참고로 복사는 성당에서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실 때에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봉사자)이다. 매주 제단에서 신부님과 함께 서고 앉아서 있다 보니 나는 미사에 참례한 많은 신자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인지하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신자들이 나를 알아본다. 거리를 다니다가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하면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성당에 다니고 있는 신자인가 보다 하고 함께 인사를 한다.
언젠가는 마라톤 동호회에서 운동을 마치고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고 있는데 모르는 자매님 한 분이 내가 앉아 있는 좌석으로 와서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는 하였지만 누구인지 몰라서 어떻게 저를 알고 인사를 하시냐고 물어보니 우리 성당에 처음 나오는 예비신자라고 했다. 미사에 나와서 제단에서 신부님과 함께 있는 나를 보고 알게 되었고 여기서 다시 만났으니 인사를 드려야 될 것 같아서 내 좌석에 찾아와서 인사를 한다고 하였다.
그뿐이 아니다. 한 번은 성당에서 오랜만에 보게 된 자매님에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니 자매님은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디서 나를 보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내가 걸어서 출퇴근하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걸어 다니는 거리의 어느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매님인 거 같다.
거리를 걷고 있는 나를 남이 보는 것뿐 아니라 나도 남을 본다. 어느 날은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중년의 남성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거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우리 성당에 다니는 형제님이었다. 그 이후로 그 형제님을 보면 그때의 장면이 오버랩되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아내와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 중에 지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누구는 부부가 함께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고 누구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뭐라 하면서 뛰어간다. 그 들은 우리 부부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으며 신경을 쓰지 않고 행동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문득문득 지인이 나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를 들을 때가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나를 보았다는 거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때에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아침에 등산을 할 때나 낮에 거리를 걸어갈 때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을 때에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복사를 서기 위해 성당에 가면 미사를 하기 전과 후에 기도를 한다. 기도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평소에도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여......'
누군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평소에도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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