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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스댄스댄스 2시간전

에듀테크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2)

교육만능주의(3)


1. 굉장히 다른 행위


에듀테크를 활용한, 특히 현재 사용되거나 앞으로 사용할 수 있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행하는 학습과 굉장히 다른 행위다. 이 차이는 우리 학생들을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왜곡시킬 수 있다.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처럼 보이는 것)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주어진 텍스트를 인공지능과 함께 읽거나 인공지능이 생성한 자료를 읽는 활동,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글을 쓰거나 자신이 쓴 글을 인공지능을 통해 수정하는 활동, 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소통과 인공지능과 직접 하는 의사소통 활동에 대해 훑어보고자 한다. 물론, 체육은 몸을 쓰고, 음악은 듣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교과 활동을 한다. 미술은 시각자료를 감상하며 직접 그리는 활동을 하고, 과학은 실험을 하거나 직접 관찰하기도 한다. 단순히 읽고, 쓰고, 의사소통 활동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지점이 있다. 하지만 에듀테크의 거대한 밀물 앞에서 이를 좀 더 비판적으로 조망할 수 있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 믿는다. 또한, 지난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영어교사라는 한계로, 필자의 주장은 영어 교과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가. 읽기


인간이 '문자'를 읽고 쓰는 행위는 '말'을 듣고 ‘말’을 하는 행위와는 상당히 다르다. 태어난 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말(spoken language)과는 달리 글(written language)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의도적으로 학습(또는 습득)한다. 문자의 영속성과 축적성은 사회와 학문의 발달을 통한 인식의 확장을 가능케 하였다. 우리가 읽고 쓰는 글과 문자가 문명에 끼친 영향 등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주제를 넘어서는 방대한 지식일 테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또한, 인간이 글을 이해하는 행위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는 아래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oduduking/69


1) 종이 책 읽기 vs. 스크린 읽기


인공지능과 함께, 혹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의 읽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종이 책 읽기와 스크린 읽기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관적으로 종이 책 읽기에 비해 스크린 읽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점이다. 두꺼운 종이 책은 한꺼번에 여러 권 들고 다닐 수 없지만, 용량이 허락하는 한 수백, 수천 개의 텍스트 파일을 태블릿 PC나 스마트 폰에 넣어 다닐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 종이 책을 들고 읽다 보면 손목과 목에 부담이 많이 간다. 디바이스의 가벼움은 이런 부담을 많이 덜어준다. 편의성뿐만 아니라 스크린 읽기는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다면 풍성한 온라인 읽기가 가능하다(문헌에서는 때로는 hyper reading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searchability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글을 읽는 와중에 모르는 어휘나 표현,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관련 참고자료도 찾아 동시에 읽을 수도 있다. 더 풍성한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이해를 돕거나 사고를 확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 깊이 이해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아직 결론이 나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문헌에서 스크린을 통해 읽기를 한 경우가 종이 책을 읽은 경우보다 글의 이해력과 기억력이 떨어졌다 보고하고 있다. 종이 책 읽기에 비해 스크린 읽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글을 읽고 난 후 내용에 대한 점검에서 스크린 읽기를 한 피실험자의 이해도가 떨어진 경우도 많다. 또한, 스크린 읽기를 한 아이들이 종이 책을 읽은 아이들보다 시간 순으로 줄거리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낮았으며, 특히, 스크린으로 읽은 아이들은 사건의 세부적인 순서를 잘 기억하지 못하였다.


이와 더불어 종이 책 읽기에 비해 스크린 읽기를 하는 경우, 더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문자 알림을 확인하고 싶고, 정적인 읽기보다 재미있는 모바일 게임이나 인지적 부담이 덜 한 영상을 시청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강과 관련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스크린 읽기를 하면 눈을 덜 깜박이게 되고 이는 눈의 피로를 급격하게 높인다고 한다. 심한 경우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스마트폰 사용의  문제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은 종이 책을 선호한다. 전략적으로 깊고 어려운 글은 종이 책으로, 가벼운 소설이나 짧은 글을 스크린을 통해 읽으려는 경향도 보인다. 스크린 읽기는 F자, 지그재그 등 훑어보는(skimming, scanning) 읽기를 하게 유도한다. 또한 필자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느끼겠지만, 종이 책이 가진 물성(物性: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 네이버 국어사전)은 독서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여 글을 읽는 장면은 주로 스크린 읽기를 하는 모습을 그릴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는 말할 것도 없다.


2) 인공지능을 활용한 읽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읽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글을 읽는 활동이 있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을 읽을 수도 있다. 첫째, 인공지능을 활용한 읽기는 모국어 읽기와 외국어 읽기가 있다. 우선 2016년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사용하여 급격하게 성능이 향상된 구글 번역기를 필두로 기계학습 번역기는 외국어 글 읽기를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특히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거나(Speech-to-Text) 텍스트를 음성으로 돌려주는(Text-to-Speech) 기능과 인간의 필체나 사진 속의 문자를 인식하는 등의 인공지능 기술이 추가되면서 그 쓰임새와 성능은 더욱 확장되었다. 외국어로 소통할 때도 인식-번역-출력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며 부자연스러움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교실에서의 번역기 사용도 늘었다. 특히 번역기는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외국어로 된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계점은 명확하다. 번역기가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과는 별개로 학생들의 외국어 읽기 능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문헌에서 번역기를 사용한 외국어 읽기는 학습자의 외국어 어휘와 문법 발달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문법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문법 지식). 또한 카메라를 통해 문자를 인식하는 기능 등을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학생이 외국어 문장에 노출되는 기회를 박탈한다. 번역기 사용은 외국어 읽기 능력을 키우는데 하등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학습하는 데 나쁜 습관을 형성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다.


둘째, 모국어 읽기와 관련하여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글을 요약하거나, 종합하거나, 검색하거나, 비교하는 읽기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시간을 절약하여 정보를 파악하거나 문헌을 조사하는데 굉장히 유용하다. 그러나 감상하는 읽기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선택일지 모른다. 문학작품 읽기는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가 묘사하는 문체나 인물의 감정, 나열된 단어가 가진 소리의 아름다움, 글을 읽어나가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 등 모든 것이 글의 감상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문해력을 기르는 학습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은 그 글을 구성하는 각 문장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앞 문장과 뒷 문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앞 내용과 뒷 내용은 서로의 배경지식이나 원인과 결과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때로는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요약한 글은 이런 문장 사이, 내용 사이의 맥락과 응집성, 논리적 관계를 보여주기 힘들다. 이렇게 요약된 글은 적절히 긴 글을 읽으며 학습자가 겪어야 하는 인지적인 노력을 소거할 수 있다.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긴 글의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TL;NR. Too long; not read 너무 길어서 읽지 않았다(못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다. 긴 지문의 게시글에 세 줄 요약을 해달라는 댓글이 달리거나 때로는 게시자가 글의 마지막에 세 줄 요약을 쓰기도 한다. 긴 호흡의 글을 읽기 어려워하고 깊은 사유를 기피하는 온라인 읽기에 대한 지적은 인공지능과 함께 읽는 읽기에 대해서도 유효하다.


3)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 읽기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 읽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의 글에서 인공지능의 강점 중 강력한 생산성에 관해 언급하였다. 짧은 질문(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주제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글을 얻을 수 있다. 요즘은 성능이 좋아져서 인공지능이 답변하면서 참고하거나 검색한 자료의 출처까지 제공한다. 답변이 부족할 경우 프롬프트를 수정하거나 정교화하면 좀 더 개선된 글을 얻을 수 있다. 우리말과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가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은 편향(Bias)과 환각(Hallucination)을 피해 갈 수 없다. 실제 좋은 프롬프트의 예시로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역할을 부여하라는 팁이 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역할을 부여할 경우에 편향적인 글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챗GPT의 경우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을 통해 이런 편향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그러나 여타 다른 대기업의 몇몇 생성형 인공지능은 편향된 인식과 답변을 보여 한 때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우리 인간이 쓴 글들도 수없이 많은 편향으로 점철되어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편향은 우리 인간이 쓴 글을 입력한 결괏값으로 인간의 편향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에서는 환각, 즉 거짓 정보를 극복할 수 없다. 트랜스포머 형식의 기계학습 알고리듬이 가지는 본성적인 결함으로써 이 환각은 줄일 수는 있지만 없애지는 못한다고 한다. 실제 한 인공지능 엔지니어는 이를 결함으로 보지 말고 구조적 특성으로 받아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학습자가 읽는 글에서 어떤 부분이 사실이며 어디가 환각, 즉 인공지능이 그럴듯하게 지어낸 거짓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막대한 생산성을 지닌 인공지능을 통해 만든 학습 자료가 진실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면 이는 학습자의 학습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지 생성 관련 분야지만 눈길을 끄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수천 억, 수 조개의 인간이 만든 이미지나 사진 자료가 거대언어모델 생성형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훈련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래서 한 연구소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를 훈련자료에 일정 비율로 끼워 넣었다고 한다. 훈련 데이터에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의 비율이 커질수록 성능이 나빠진다는 것을 목격했다. 이미지의 왜곡이 심해졌고, 때로는 굉장히 기괴한 그림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만약 이런 현상이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글에서도 발견된다면 학생들은 왜곡되고 완결성이 떨어지는 질 나쁜 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읽기가 인간의 읽기와 어떻게 다른지 훑어보았다. 이런 차이를 단순히 문해력 방식의 변화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 너무나 빠른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기에 인간의 진화 속도는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가까운 미래가 된다 하더라도 인지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문해력의 변화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글쓰기와 어떻게 다르며, 교육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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