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부처님[E.8 걸어가야겠다.](1)

인도 불교 유적지 순례기 : 마투라, 아그라 편

by 노루

E8. 걸어가야겠다

2018.11.05~2018.11.09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아그라·마투라


아그라에 가는 중에도, 입장료가 비싼 타지마할을 봐야하나, 그냥 마투라로 가야하나 고민했다.


마투라는 또 동인도와 중부 인도에서 북서 인도로 통하는 간선상에 있으며, 동시에 동북쪽의 쉬라바스티에서 남쪽의 웃자이니를 중심으로 하는 서인도에 이르는 길도 이곳에서 북서 인도와 동인도를 연결하는 길과 교차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투라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것이다.


불타의 세계, 나까무라 하지메



1. 충고


아침공양을 끝낸 후, 6시 반쯤 짐을 싸서 선원 앞에 가방을 깔고 앉았다. 최대한 일찍 출발해서, 해가지기 전에 아그라에 도착하고 싶었지만, 버스는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버단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일곱 시 반이 되고 나서야 버스들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서지 않았다. 근처에 온 릭샤꾼들이 다른 곳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도 듣지 않았다.


잠깐 나온 버단이 나를 보고 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냐고 꾸짖었다. 구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릭샤를 잡아 줬다. 한 3분을 타고 가니 조그마한 시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기다리다 합승지프를 타고 바라이치로 이동했다.



2. 직감


바라이치로 가는 지프차 안에서도 오줌을 마려웠다. 그곳까지 한 시간 반이 걸리고 타던 지프라가 럭나우까지 간다고 하기에 잠차고 있었다. 지프이기에 사람이 모이면 출발을 할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투엔티 투 헌드레드”라는 소리를 듣고 200루피로 착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한 10분 정도를 기다려야 출발할 것 같던 지프가 갑자기 출발을 한다며 얼른 지프에 타라고 손짓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얼마냐고 물으니 2,200이 정확히 들렸다. 그리고 바로 짐을 가지고 내렸다. 다들 나를 붙잡았다. 그래서 나도 소리를 지르고 나왔다. 내가 실랑이를 버리는 모습을 본, 그 앞을 지나가던 버스의 차장님이 자신의 버스에 타라고 손짓하셨다. 그리고 코 앞의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시고, 럭나우로 가는 버스를 알여주셨다.


알려주신 버스는 AC버스였다. 인도의 버스는 시간제가 아니라,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버스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출발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이 보였다. 나는 다른 로컬 버스를 찾아 정류장을 누볐다.


로컬 버스 위에는 나 말고 1명 밖에 없었다. 아무리 로컬 버스여도 짐을 내려놓은 뒤, 급한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느낌이 쌔하긴 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기까지는 약 2분 정도였다. 자꾸 쌔하느낌이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경적소리가 왠지 그 버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줌을 끊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지만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출발 한지도 모르겠다. 정류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녀보니, 이미 출발한 것이 확실했다.


중요한 물건과 여권, 돈은 있었지만, 사진자료와 일기는 가방에 있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까 나를 도와주셨던 차장님이 나에게 오셨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셔서,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걱정 말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셨다. 전화를 2번 정도 거시더니, 나에게 새로운 버스에 타라고 하셨다. 이 버스를 타고 가면, 앞에서 그 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아저씨에게 계속 “땡큐 써”를 반복하며 나는 버스 위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탄 후, 아저씨는 내가 탄 버스의 차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셨다. 불안한 마음에 내가 다시, 차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드렸지만, 차장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어설픈 힌디어로 자기소개, 버스와 가방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차장 옆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가 영어로 걱정 말라고 하셨다. 차장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안정시켜주셨다.


이내 앞에 서 있는 버스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달려 내려가서 내팽개쳐 있는 가방을 가지고 다시 원래 버스위로 올라탔다. 안심하여 웃는 나를 보고 버스 안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그 하얀 이들이 기억에 남았다.


개에게 쫓긴 이 후 두 번째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또 직감의 중요성, 충고의 중요성, 그리고 내가 받은 도움들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 럭나우 투 아그라


럭나우에 도착해서 아그라로 바로 가려했지만, 아그라행 버스는 다른 버스 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다.


릭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원하는 가격에 협상을 하기가 힘들었다. 올라를 부르려고 하는 나에게, 한 아저씨가 와서 이곳으로 오라고 손짓하셨다.


왠지 수상했지만, 자신이 차가 있는 곳으로 앞장서서 성큼성큼 가셨다. 어차피 올라로 가려고 했기에, 아저씨의 차를 탔다. 얼마를 드려야 하냐고 물으니, 주고 싶은 만큼 주시면 된다고 하셨다.


잘못 걸렸다. 장사를 할 줄 아시는 분이었다. 사실상 내가 따라온 것부터가 내가 지고 들어간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150루피를 드리니, 탐탁치 않아하시는 표정이 보였다. 거기에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시면서 “원래는 200루피인데..”라고 나긋이 덧붙이셨다.


안전히, 정류장에 도착한 후에, 50루피를 더 드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내가 드리기도 전에 너무 잘 대해주셔서, 안 주는 내가 쪼잔 할 판이었다.


받기 전에 먼저 줘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배울 수 있는 협상이었다.


아그라행 버스를 타니 마음이 편안했다. 두 도시 사이는 고속도로가 반질하게 깔려있었다. 확실히 버스의 진동이 덜했다. 여행의 끝이 다가옴이 실감됐다.


4. 속삭임


아그라에 도착한 것은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내리자마자 달라붙는 릭샤꾼들, 저 방향으로 가면 숙소가 비싸다. 내가 싼 숙소를 알고 있다“고 내 옆에 달라붙어 계속 이야기했다.


그 말이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더 모르는 게임 속으로 일부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10분 정도를 정류장에서 걸어 나가, 처음 맞는 숙소에 들어갔다. 사쿠라 호텔이라는 곳이였는데 500루피에 하룻밤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저녁을 먹어야 해, 볶음밥을 시켜서 먹었지만, 정말 맛이 없었다. 볶음밥 시켜서 실패한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배고픔을 반찬으로 그냥 우겨 넣었고 방으로 향했다.



5. 타지마할


일곱 시쯤 일어나, 타지마할로 가기 위해 릭샤를 잡았다. 다행이었다. 그래도 인도에 와서 타지마할은 보고 왔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지마할의 입장료는 1,250 루피였는데, 역대급 입장료였다. 판매원에게 “니들도 여기 가격 미친거 알지?“ 물으니 자기들도 안다면서 웃었다. 표를 사면서도, 온 김에 그냥 보자는 생각으로 티켓을 끊었다.


타지마할을 보고 나서야, 타지마할을 보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상징, 1,250루피는 아깝지 않았다. 압도하는 크기와 색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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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것도 2,000년 후까지 남아있으려나?







6. 사랑의 형태


아내를 위해 만들어진, 이 거대한 사랑의 건물. 로맨틱할 수도 있겠지만, 이 건물을 짓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과 이 건물을 볼 수 없는 왕비가 안타까웠다. 생각 나름이겠지만...


사랑의 형태에 관해 생각하면 타지마할을 돌아보았다. 사랑은 어떤 형태를 쫓을까? 이 타지마할처럼 크고, 대칭이고, 하얀 것이 사랑이 나아가는 형태일까? 우리가 말하는 사랑, 개인 간의 사랑이든, 사회에서의 사랑이든, 종교적 사랑이든 그것들은 다른 것일까? 같은 것일까?


민주적인 것이 사랑일까? 그렇다면 모두 평등하고 같은 것이 사랑일까? 오히려 기울어진 것, 치우쳐진 것, 불평등한 것에서 사랑이 시작되지 않을까? 사랑, 좋음, 신성, 개성과 같은 것들 결국 같지 않은깔, 불평등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것을 아닐까?


기브엔 테이크와 같은 관계일까? 준만큼 받아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반대이지 않을까?사랑의 관계는 서로 내가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사랑의 형태 또한 서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바보 같은 착각이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흐름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IMG_6729.JPG 다이애나 왕비가 앉았다던 자리는 인기가 아주 많았다.한 여성분이 포즈를 취하고 계셨다.






7. 마투라


마두라라고 불렸던 불상의 발상지 중 하나가 마투라이다. 별 생각은 없었다. 델리로 가는 길목에서 쉽게 갈 수 있어 타지마할을 보고 마투라로 향했다.


석상의 섬세한 묘사가 소름끼쳤다. 델리에 머문다면, 타지마할에 가는 도중에 들려볼만한 곳이다.

입장료는 5루피이고, 짐을 맡길 수 있는 캐비넷도 있다. 가볍게 박물관을 둘러보고 델리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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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투라에서 나오는 석상들을 붉다고 하는데 박물관도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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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멋있던 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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