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나할미 Nov 21. 2023

스타트업에서 ‘일단 해보며 배운다’는 것

첫 직장 첫 업무, 일단 해보기

"일단 한번 해보세요"

나의 첫 팀장님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부딪히며 배우도록 하는 스타일이셨다. 게다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회사에 대한 교육은 길어봤자 하루 안에 끝이 났고, 업무에 대한 교육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에서 일단 그냥 해보며 일을 시작했다.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 서류를 정리하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내가 비서인지 채용담당자인지 혼란 왔던 일주일 차쯤이었을까. 팀장님이 내게 전화 스크립트 한 페이지를 보내주셨다. 회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담긴 내용이었고, 마지막 문장에는 지원서 접수에 대한 간략한 제안이 있었다. 팀장님은 그 스크립트를 참고하여 잠재적 지원자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하셨고, 나는 바로 실행했다. 전자음보다 더 어색한 말투로 주어진 스크립트를 읽었다. 입에 붙지도 않은 스크립트를 꾸역꾸역 다 읽어낸 내게 후보자는 이것저것을 물어보았고, 대충 더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종료하였다. 그렇게 나의 첫 콜드콜이 끝났다.


철저한 직무 분석과 전략적이고 신중한 타겟팅이 이제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필요한가? 물론 주요 핵심 인재에는 필요하겠지만, 일반 팀원 채용의 경우에는 그보다는 적절한 정확도와 속도가 우선이다.  

그리고 나를 그렇게 이끌어주신 팀장님이 헤드헌터 업계와 IT 산업에 20년이 가까운 경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고 일단 실행했다.


투박한 방식일지라도 후보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적절히 제안하는 것.

직무 분야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어설프게 아는 척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알고 있는 부분을 말하고, 후보자가 원한다면 더 알아보겠다는 적극성을 보이는 것.

설득과 대화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대단한 체계가 없을지라도 그것이 곧 정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다이렉트 소싱에 대한 특정 방법론이나 사전 작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접하게 되었지만, 마치 수능 국어 영역의 문제풀이 방법론 같이 느껴졌다. 일단 잘 읽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는 곳에서 강사들이 만들어낸 풀이법 같이 말이다.


심지어 정말 행운스럽게도 나의 성격과 이러한 환경이 매우 잘 맞았다. 나는 모든 걸 공부하고 잘 익힌 다음 실행하는 것보다, 일단 부딪혀가며 깨닫고 배우는 것에 더 익숙하다. 그리고 새롭고 낯선 분야에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처음 담당하게 된 포지션에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 환경에서 첫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체계 없는 곳에서 일을 배운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것이 오히려 본질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전 02화 어쩌다 채용담당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