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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할미 Dec 01. 2023

권고사직이 몰려오기 전, 채용담당자로 가장 행복했던 날

폭풍전야의 그날

매주 월요일. 회사 가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회사원이라면 응당 월요일 아침 가장 텐션이 낮은 것인데, 월요일에 가장 행복하다니 참 이상한 소리 같이 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월요일 아침이 가장 행복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도, 회사 근처 역에 내려 걸어가는 동안에는 세상의 모든 상쾌함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될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매주 월요일 오전은 바로 신규입사자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업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회사에 도착하여 오티 장소를 정돈하고 상큼한 음악을 튼다. 첫 출근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안내할 자료들을 준비한다. 이미 몇 주째 보고 있는 이름들을 반기며 다시 한번 계정 정보와 인적 사항이 맞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핸드폰에 전화가 울리면 사무실 문 앞으로 나가 입사자를 직접 맞이한다. 낯선 곳에 처음 온 사람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첫인사를 하고, 누구보다 반가운 얼굴로 오티 장소까지 안내한다. 이곳에 오기로 선택한 당신의 결정이 정말 옳은 것이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에, 또는 그저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직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일지라도 첫날은 긴장의 연속이다. 처음 오는 장소, 모르는 사람들, 곳곳에서 들려오는 낯선 이야기들에 긴장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 시간이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이,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마음에 매번 벅차올랐다. 그렇게 하루하루 기억에 남는 월요일을 보내던 중, 채용담당자로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날을 맞이하였다.


그날의 입사자는 두 명이었다. 둘 모두 내가 담당한 분들이었고, 높은 채용 기준으로 인해 적합한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포지션의 합격자들이었다. 둘을 내 앞에 앉혀놓고 평소와 같이 회사를 소개하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아마 그분들에게도 나의 두근거림이 전해졌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는 그날 정말 들떠 있었다. 그만큼 내가 많은 정을 쏟아 회사로 모시게 된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한분은 직접 대상자를 찾아 지원을 제안하는 소싱을 통해 인연이 닿은 분이었다. 해당 포지션은 높은 채용 기준으로 인해 고스펙의 지원자분들도 합격이 쉽지 않았다. 적합한 분을 찾기 위해서 나는 해당 직무의 글로벌 탑 기업 재직자들에게 모두 연락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아웃바운드 영업 활동을 열심히 했다. 연락이 닿으면 최선을 다해 회사를 홍보하고, 그들의 이직 니즈를 충족시키는 장점을 어필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현업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고려하던 경력의 지원자를 인터뷰로 모실 수 있었고, 몇 개월동안 뽑히지 않던 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입사자의 경우, 여러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이 확정된 이후에도 입사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고, 입사를 망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애를 태웠다. 계속 추가되는 전형에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고스펙 지원자이니 만큼 좋은 대안들이 가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답변이 오지 않는 시간 동안 계속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이곳에 올 때 어떤 것을 기대할까? 무엇이 가장 고민될까? 이미 너무 좋은 경험들을 쌓아온 사람이었기에 이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어떤 메리트가 있을지, 제시하고 설득하고 싶었다. 거절의 뜻을 밝히지도 않은 상황이었기에 입사 안내를 빙자하여 설득을 위한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당신이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당신이 고민할 만한 부분이 보완되는 우리 회사만의 환경, 우리 회사이기에 경험할 수 있을 부분까지... 결국 그 메일에 대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두 사람을 내 앞에 나란히 보고 있자니, 설레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그날 내가 느꼈던 행복감은 아마 근 미래에는 절대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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