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보다 회사를 좋아했었구나
*이 글은 2022년 권고사직 당시에 기록해둔 일종의 일기입니다.
내일은 긴급 전사회의가 있는 날이다.
절반에 가까운 인원의 권고사직이 예상되고, 채용팀인 나는 당연히 0순위 대상자일 것이다.
한 달 동안 정말 어지러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D-Day가 다가오지만 여전히 마음은 잘 정리되지 않는다.
시작은 인터뷰 취소였다. 내가 담당한 포지션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분들이 다수 있었고, 회사는 그분들께 사례를 하면서까지 인터뷰를 취소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입사를 취소하였다. 전화 넘어 고개를 숙여가며 죄송한 마음을 전한 것이 일주일.
결국 일이 없어졌다.
당장 저번 주에도 5명이 넘게 입사를 해서 정말 기뻤는데...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단다. 나의 일이 사라진 것이다.
일이 사라진 상황에서 회사에 더 남는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회사에서도 내가 알아서 나가주길 바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직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빠르게 실행했다.
회사에서 일이 없으니 에너지가 남아돌았고, 그 에너지를 이력서에 투자했다.
그러면서 뒤돌아보니, 너무 슬펐다.
회사에 별다른 애착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회사를 정말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채용일을 하면서, 후보자분들께 우리 회사를 영업했다.
여기 정말 좋아요.
비전이 좋습니다.
사람이 좋습니다.
복지가 좋습니다.
그 말들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내가 회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이미 회사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좀 슬펐다.
회사에 출근하면 예전처럼 사람들과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해 우리 회사로 입사한 사람들을 마주칠까 겁이 났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당연히 미안할 수밖에.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직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기에 이 직업이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아프다
진심으로 기뻤다.
매주 월요일인 입사 날 아침이면, 눈이 번쩍 떠지고
오티를 하러 가는 발걸음은 정말 신이 났다.
내가 너무 반가워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덜 티 내려고 애썼다.
그때의 내가 조금 불쌍해진다.
내일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나의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내 슬픔을 내세울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