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채용하기 쉽지 않냐고? 아니 전혀.
*"대기업은 이렇습니다"라고 정의하기에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제한된 글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게 보일 수 있다면 만족!
당연히 회사에서 무언가 홍보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한다. 다만 아직까지 '채용'이란 많은 회사의 입장에서 '투자'의 개념으로 보기에는 너무 급하고, 홍보 예산을 통해 무언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관점보다 그저 필요 인력을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말 그대로 채용팀은 '돈 쓰는 부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채용팀에 쓸 돈이, 아니 그럴 여력이 없다. 간혹 채용에 아주 큰 뜻을 둔 CEO와 함께라면 어느 정도의 예산 배정이 가능할지 몰라도 평범한 경우라면 프로덕트 개발에 들어가기도 부족할 돈을 '돈 쓰는 부서'에 줄리 만무하다. 그래서 가능한 열악한 환경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반면 대기업이 채용에 돈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미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덕트 덕에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이익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가능하다. 좋은 비즈니스를 가진 회사일수록 지원자는 넘쳐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더욱더 좋은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더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 채용을 진행한다. 이미 충분한 지원자들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니 채용하기 쉽지 않냐고? 아니 전혀. 회사가 좋아진 만큼 더 수준 높은 지원자를 잘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렵다.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한 채용 행사에 참여했다. 나름의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적지 않은 규모의 사람들을 초대한 뒤 회사 자체를 홍보함과 동시에 업무 환경과 복지를 잘 버무려 현재 채용 중인 포지션을 광고했다. 당장 우리 회사에 지원하라고 링크를 들이밀지는 않아도 전반적으로 이곳에 이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뽐내는 자리랄까.
그리고 그 모든 게 돈이었다. 사람들을 초대하면 그것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돈이 든다. 오프라인이면 손에 들려 보낼 굿즈나 먹을 것들이 될 것이고, 온라인이라면 행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스트리밍 송출 비용이 될 것이다. 이런 행사는 완성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있어 보여야 한다. 더 귀한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얼마나 잘 나가는 곳인지 뽐내야 한다. 예산은 아끼더라도 아낀 티가 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업체 계약과 비용 지출 서류 절차에 할애해야 했다. 그 모든 게 사무직의 숙명인 페이퍼 워크이기에 아주 지루하고 중요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아주 풍족하고 있어 보이는 일들이 이어졌달까. 내가 잠시 행사 플래너인지 혼동되던 때도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비용 지출의 목적과 행사 이후 회고에서도 직접적인 성과 및 기대 효과가 명확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장기적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려지는 것이 가능한 인사의 세계일 뿐이었으니.
아무튼, 정답이 없는 인간의 마음에 기대는 채용인 만큼 그 일을 해나가는 방식에도 정답은 없다. 이 원리는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지만, 그 정답이 없는 방식에 다가감에 있어 대기업은 돈이 있었다는 점이... 너무 당연한 차이점이었다. 너무 당연해서 허무한 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