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였다. 이점에 대해 솔직히 고백할 게 있다. 축구 여행, 더욱이 해외 축구 여행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싯적 서포터스 생활을 할 때 K리그를 즐기러 국내의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니긴 했지만, 대개 구단 측에서 마련한 원정 응원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축구 기자가 된 이후도 마찬가지다. 물론 축구 기자는 여타 분야의 기자들과 달리 굉장히 복을 많이 받은 직종이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의 종목적 특성 탓에 유럽과 남미는 당연하고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할 나라에 가는 경험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 여정이 남들이 생각하는 ‘여행’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취재의 목적과 대상이 명확한 ‘출장’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동선의 제약도 굉장히 심해 자유로운 여행으로서 소개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심지어 월드컵이라는 대축제에 참가해도 현지에서 접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한정적이다. 예를 들겠다. 리오넬 메시의 활약상을 목도하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도,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 한 그 시간에는 최우선 취재 대상인 국가대표팀을 쫓아야 하는 일이 더 많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는 여행이 아닌, 남이 보고 싶어 하는 걸 전달하는 출장이기에 그렇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축구 여행’으로서는 사실 부족한 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해서 유럽 축구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난감했다. 이런 여행,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예산이 허락하는 한 여행에 제약 없는 조건이 주어졌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긴 하다. 허나 반대로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의 연속을 끊임없이 강요받는다는 걸 뜻한다. 평소 ‘결정 장애’가 있는 이들이라면, 가보고 싶었던 도시의 이름에 빨간 줄을 그을 때마다 퍽 속상할 것이다. 게다가 준비 과정부터, 심지어 현지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돌발 변수는 들뜬 마음에 부푼 여행자들을 무척이나 괴롭게 한다.
한 달 이상 떠나는 장기 축구 여행 계획을 세우려면, 애당초 최적의 여행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어차피 모든 걸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엇을 볼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이 선택부터 차근차근 내리면 방문해야 할 도시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게 내내 마음속에 남을 터다. 하지만 그 미련을 떨치지 못하면 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게 된다.
선택도, 포기도 과감해야 한다. 그렇게 선택과 포기를 반복할 때마다 방문하게 될 도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 도시들을 차근차근 취합하자.
이런 떠돌이 생활이 없었기에 사전에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다. @김태석
가야 할 곳이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이 들뜨겠지만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이제 겨우 첫 단계를 마쳤을 뿐이다. 최대한 편안하면서도 저렴한 여행을 원한다면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동선 긋기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특정 국가 두세 곳 정도 방문하는 것이라면 어렵지 않다. 활동하게 될 공간이 한정된 만큼 원하는 도시를 찾아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풋볼 보헤미안처럼 상당수 유럽 국가를 돌아다니며 본고장의 축구를 접할 계획이라면 어느 도시로 들어가 어떤 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이 과정에 최대한 물 흐르듯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 경험에서 말하자면, 서유럽과 동유럽을 모두 다녀올 계획이라면 서유럽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편이 추천하고 싶다.
이를테면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보다 가까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나 아시아 대륙에 붙은 이스탄불에서 귀국길에 오르는 식이다. 큰 틀에서 양 끝점을 정하고, 어느 편이 여정 상 혹은 예산상 수월한지 판단해야 한다. 무작정 떠났다가는 그만큼의 출혈은 피할 수는 없다.
그 안에서 선정된 도시를 연결해보자. 도시 간 이동이 여행자에게는 의외로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할지, 직행 편을 이용할지, 아니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경유 편을 활용할지 따져야 한다. 도시 간 이동을 할 때마다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며, 방문할 도시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고민은 배가된다.
유럽에서는 바다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저렴한 육로 이동을 하게 될 경우가 많을 것인데, 운송 회사의 루트 맵을 확인하며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자.
유럽 축구 유랑 때 발이 되어준 플릭스 버스 @김태석
개인적으로는 플릭스 버스를 주로 활용했는데, 플릭스 버스의 홈페이지에는 출발 도시별 루트맵이 상당히 자세하게 나온다.
단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상황이 있다. 동유럽 여행 시 벨라루스에 입국하거나 경유하는 일정이 있다면 이를 배제해야 한다. 벨라루스는 육로 이동에 따른 비자를 요구하는 만큼 타 유럽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입국을 시도하다가는 거부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숙박의 경우에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개인적인 팁은 주변 사람과 기꺼이 어울릴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라면 시설 면에서 다소 불편할지언정 호스텔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곳에는 당신에게 소소한 정보를 건네줄 여러 사람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또한 숙박 예약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일찍 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사나흘 전에 시도하는 걸 추천한다.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얻을 수 있다. 대신 언제나 다음 도시에 대한 숙박에 대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대략적인 준비를 끝냈다면 이제 여권에 보딩 패스를 끼워 공항 게이트를 나서보자. 이제 유럽에 닿는 그 순간, 당신은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