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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Jul 08. 2024

삶은 글이 되고, 글은 삶이 된다

글 쓸 때 뭐가 좋냐면, 글 쓰고 있는 나 그 자체다. 매일 똑같이 오는 도서관에 같은 자리를 잡고 앉아있지만 나는 그냥 책만 읽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지적 허영심 가득한 허세 덩어리라고 해도 할 말 없고, 사실 맞는 말이다. 나는 글 쓰는 내가 좋고, 드디어 글 쓰는 자아를 가진 내가 자랑스럽다. 안 나오는 글을 어떻게든 지지고 볶으며 붙잡고 있다 보면 글이 나온다. 계속 다듬다 보면 제법 괜찮아진다. 기분 째진다.


저마다 부러워하는 삶의 모습은 다 다르다. 전 회사 직장상사는 배우처럼 빛나는 외모와 어마어마한 재력을 부러워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명예와 권력을 부러워했다. 나는 언제나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고, 매일 글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데도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던 건, 증권회사 기업도서관이라는 특성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곳에서 나의 욕망은 전혀 공감받지 못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

피가 빠르게 도는 느낌.

그건 몸의 명령이다.

‘너 이거 해라.’ 거역할 수 없다. “

어제 읽은 책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에 나온 문장이다. 글에 대한 내 열망이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던 그곳을 벗어나, 내 욕망에 이러쿵저러쿵 훈수 두는 사람 하나 없는 안전한 이곳에서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한다. 내 생각이 활자가 되어 정확한 언어로 딱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하고, 타자가 점점 빨라지며 탄력 받은 손가락은 뜨거워진다. 정말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 이거 해라. 꼭 해라. “

내 솔직하고도 원초적인 글쓰기 욕망을 말해본다. 글 겁나 잘 쓰고 싶다.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이렇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라니! 너무 재밌고 좋아서 계속 읽고 싶잖아! 하는 작품의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더 자랑스러운 딸이, 누나가, 아내가, 친구가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내가 된다. 항상 선망해 오던 작가님들이 나의 동료가 되고, 나는 그들과 함께 글쓰기의 고충을 나누고 연대하며 매일 글을 쓴다. 삶을 글로 쓰다가, 글이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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