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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fa Jan 11. 2021

[#7 공남쓰임, ~12주 차] 1차 기형아 검사

12주의 기적


12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임신 12주 차부터 유산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며, 이때부터 입덧을 포함해 산모를 괴롭히던 여러 임신 증상들이 기적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생긴 말인 것 같다. 다행히 아내는 12주의 기적을 맛본 산모 중 하나로, 입덧과 소화불량 증상이 확연히 좋아졌고 몸이 가볍다며 서서히 운동도 시작했다. 조금 자랑을 덧붙이자면 아내는 요리 솜씨가 매우 좋다. 지난 2개월간 아내가 해준 음식은 하나도 못 먹었는데 몸이 나아지자마자 강된장, 화이타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해주기 시작했다. 야쓰!


입덧이 좀 나아지자 새로운 불청객이 찾아왔다. 증상 유발 골반 이완증(환도 선다, 골반 통증, 치골 통증)이라는 친구다. 임신 초기부터 자궁이 커지며 아랫배가 생리통처럼 콕콕거리는 증상은 있었지만 아이도 함께 커지고 골반에 중량이 실리면서 일어서거나 돌아누울 때 꼬리뼈 쪽이 찌릿찌릿하는 증상이 추가된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고 하니 신경 써서 함께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임산부의 몸을 함부로 마사지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산책과 스트레칭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16주 이후에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후 남편의 스페셜 마사지를 해줄 계획이다. 야쓰!


오늘의 본론 1차 기형아 검사. 병원마다 검사 시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임신 중엔 다양한 태아검사를 한다. 아란태 산부인과에서는 12주 차에 1차 기형아 검사라는 이름으로 검사를 제안한다. 태아의 기형아 고위험군 여부를 알 수 있는 목 투명대가 가장 잘 보이는 시기는 임신 11-13주 사이라고 한다. 목 투명대 두께의 정상 범위 또한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3.0mm 이하를 정상으로 본다. 3.0mm 이상이 나올 경우, 산모의 결정에 따라 태반의 일부 조직을 채취하여 더 정확한 기형 유무를 판단할 융모막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아라는 태에서는 1차 검사 때 채취한 아내의 혈액과 4주 뒤 채취한 혈액을 비교하여 태아의 이상 유무를 판단해 준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은 어려워서 기억을 못 하겠으나 위 링크에 같은 내용이 쓰여있는 것 같다.


1차 기형아 검사 당일, 아란태 산부인과 4층 초음파실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내가 별말이 없길래 질문을 해봤다. "떨려?? 걱정돼??"라고 묻자, 아내는 웃으며 "걱정 하나도 안되는데? 그냥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라임이는 정상일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괜히 떨렸던 내가 멋쩍어지는 순간이었다. 역시 내 아내는 강하다. 야쓰!


잠시 후 초음파실에 호명되어 들어갔고, 평소 진료보다 더 오랜 시간(10분 이상) 초음파를 정밀하게 보면서 아기의 코 뼈, 심장, 손, 발, 탯줄 등의 위치, 아기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 목 투명대 두께 또한 재면서 바로바로 정상 여부를 알려주신다. 난 뒤에서 계속 "오!", "귀여워!"를 연발했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우리 라임이는 한창 잠을 자는 시간인 건지 전혀 움직이지 않아서 목 투명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아기를 좀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며 아내를 완전히 왼쪽으로 돌아누웠다가 완전히 오른쪽으로 돌아눕게 했다가, 허리와 엉덩이를 들었다 베드에 콩콩 치도록 가이드를 주셨다. 실시간으로 라임이가 움직이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에게 처음으로 human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찍지마 -_- 더 잘거야. jpg


임신은 했는데 배도 전혀 안나오고 태동도 없으니 가끔 내가 진짜 임신을 한 건지 모르겠어. 임신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그대로인데, 그냥 속만 안 좋고 체력만 떨어지는 느낌이야. 느껴지기라도 하면 조금은 덜 힘들 텐데

아내가 심하게 몸이 안 좋은 날 풀 죽은 목소리로 가끔 하는 말이었다. 나도 아기를 초음파 사진으로 본 것이 다였기에 사실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긴 했다.(아웅 졸려... #6글 참고) 하지만 라임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아내의 기침과 몸부림에 반응해 주는 모습을 보고 나니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7cm 밖에 안돼서 딱 케이스까지 결합된 Airpod pro 사이즈이기에 가끔 아내의 아랫배에 에어팟을 올려놓고 라임이의 자세를 상상하곤 한다. 당연히 상상이 안된다.


초음파실에서의 1차 기형아 검사가 끝나고 나면, 다시 진료실에서 의사선생님을 만나 뵙고 설명을 듣게 되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사진 잘 나왔네요! 아주 귀엽게!"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어주셨고 우리도 괜히 뿌듯해하며 방을 나섰다. 으레 해주시는 표현임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마 부모의 마음이겠지... 마지막으로 혈액 검사를 위한 피를 뽑고, 이상이 있으면 연락이 갈 것이고 연락이 안 오면 정상으로 알면 된다고 한다.


검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는 사실 아주 조금은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러 후기 글을 읽어보니, 1차 검사에선 이상이 있었어도 2차에서 정상이 나오거나 모든 검사에선 고위험군 판정이 되었으나 출산하고 보니 정상인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며, 우리 아가는 강하다는 생각, 그리고 어떤 아이든지 내 아이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생각만 하면서 왔다고 했다. 강한 척이었어! 척이 계속되면 진이 되니 역시 내 아내는 강하다! 야쓰!


1차 기형아 검사를 앞둔 모든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도 12주의 기적이 찾아오길, 건강하고 예쁜 아가의 초음파 사진을 품에 안고 돌아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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