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고자 했던 5살. 대략 30년 전이니 지금보다 쌍둥이를 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형적으로 엄청난 귀염 뽀짝이 표현되는 5살. 더군다나 똑같이 생긴 꼬꼬마들이라면 더욱 시선을 뺏기겠지.
그렇게 우리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온다. 형이든 누나든 아줌마든 아저씨든. 그리곤 묻기 시작한다.
" 어머 너네 쌍둥이니? " " 둘 중에 누가 형이니"
보기 드문 쌍둥이들에게, 더군다나 너무나 외형적으로 귀여운 나이. 하트 뿅뿅한 표정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형 동생을 물어보는 게 뭐가 문제인 걸까?
그렇다면 한번 이렇게 표현해보겠다.
꼬꼬마 5살의 쌍둥이 시선으로 말이다.
5살의 꼬꼬마들은 아주 작다. 별거 아닌 것들도 아주아주 크고 웅장해 보일 때다. (어렸을 때 놀러 갔던 놀이터의 시소나 그네를 시간이 지나 가본 적이 있는가? 아마 이게 이렇게 작았었나 할 것이다.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누군가와 눈이 마친다. 그리고 그들은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나보다는 2배는 더 큰 얼굴로 웃으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경할 때 , tv에서 내가 엄청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올 때 , 그리고 쌍둥이들을 구분할 때 아주 가까이 다가오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그렇게 아주 큰 얼굴들이 다가와 형이냐고 묻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묻는 건지. 적응이 되기 전에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섭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커다란 얼굴들과 같이 몰려오는 것들이 있다. 바로 냄새다.
젊은 형님들의 땀냄새.
향기는 좋지만 자극적인 아주머니들이나 누나들의 화장품 냄새.
아저씨들의 담배냄새.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시골냄새 등.
여러 사람들의 냄새들도 같이 몰려온다.
그래 이 정도까지는 여러 번 겪다 보면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연기하면서 당혹스러운 맘을 감춰줄 수 있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계속적으로 물어본다는 것이다.
아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어볼지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그냥 지나가다 눈 마주치는 사람들은 전부 물어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오늘 물어본 사람들도 내일 만나면 또 누가 형이었지? 하며 또 묻는다.
처음 만나는 날 아무리 누가 형이라도 말을 해줘도 그다음 날 만나면 또 누가 누군지 모르니 같은 말을 물어보는 거다. 이렇게 무한반복이 시작된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하자면
엄청 큰 얼굴들이 아주 신기한 냄새들을 가지고 코앞까지 와 마주칠 때마다 반복적으로 누가 형이냐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오늘이고 내일이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이제 왜 저 말을 쌍둥이들을 힘들게 하는지 조금 이해가 가는가?
말해주기 싫다는 게 아니다. 어차피 말해줘도 그다음에 만날 때 구분을 못하는데
말해줘서 뭐하겠는가? 그리고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은
" 왜 자꾸 우리를 구분 지으려고 할까?"이다.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가 궁금한 것보다 똑같이 생긴 둘 중에 다른 하나를 찾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꼭 구분이 되어야 하는 존재인 걸까?
이렇게 얘기하니 조금 서글프다. 쌍둥이의 삶이 생각보다 빡세다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물론 5살 어린 나이에는 이렇게까지 디테일 한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짜증과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어제도 물어봤잖아요. 우리는 다 기억한다고요
막상 우리들은 호적상 형 동생으로 나눈 것은 있지만 사실 형 동생 구분 없이 자랐다.
다른 형제들처럼 형이 키가 크던, 힘이 세던 뭐가 구분이 되어야 형인데 우리는 같은 키에 똑같이 생겼으니 그런 둘 중에 형 동생 구분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기 위한 편리함으로 외형적 다름을 구분 지어놓자는 것만 아니라면 쌍둥이들에겐 어쩜 형 동생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이기에는 똑같아 보이지만 쌍둥이 본인들은 서로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형 동생이 아닌 나 그리고 너라고 확실하게 나눠져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으로 인한 자체적인 구분, 그리고 그 확인은 정말 생각보다 힘든 스트레스이다.
5살 쌍둥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런 말 계속 들으며 살아야 한다.
자 이제 길거리를 지나가다 아주아주 귀여운 쌍둥이들을 보았다.
그럼 당신은 어떡할 것인가?
나는 수십 년째 사람들에게 내가 형이요~~라고 외쳤던, 그때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요즘에 자주 쓰는 말로 하다면
자꾸 그러면 쌍둥이들 귀에서 피날지도 모르니 그저 흐뭇하게 바라만 봐주는 게 어떨까?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