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쌍둥이 집 앞에서 잘 자라는 나무

생각보단 빡센 쌍둥이의 삶을 견딘 에세이# 신비한 나무

by 오레오오


7-1.jpg 나무에게 애정을?

우리 동네 아파트에서는 유명한 이야기.

쌍둥이네 집 앞 현관에 있는 나무 화분이 정말 신기하게 쑥쑥 자라난다는 신비한 이야기.

물은 줬지만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잘 자라나 주민분들은 신기해했고 야외 길에서 보는 정도의 크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지가 제법 복도의 양쪽 폭을 지나 하늘로 향할 만큼은 됐다.( 요즘처럼 실내가 막혀있는 복도가 아닌 밖으로 터있는 아파트 구조였다.)

어떡해 이게 가능했을까? 역시나 쌍둥이들의 알 수 없는 신비한 능력 때문인 걸까?

아마 동네 사람들의 몇몇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옆집 이웃의 아주머니 이야기로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아파트 현관 앞 복도에서 집 안에서는 키우기 조금 큰 사이즈의 화분들을 종종 키웠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유독 우리 집에 현관 앞에 있는 나무 화분이 정말 잘 자랐다. 예전의 아파트 복도는 폭이 그리 넓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화분의 나무 가지가 그 폭을 지나 하늘을 향해 밖으로 쑥쑥 크니 말이다. 밖에서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층에는 나무 가지가 밖으로 삐져나온 게 보일 정도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먼저 쌍둥이들의 하루 일과를 알아보자.

매우 간단하다. 눈떠서 장난치고 혼나고 , 밥 먹고 장난치고 혼나고, 낮잠 자고 장난친고 혼나고 , 놀이터로 나가 장난치고 집에 들어와서 혼나고.. 이 일과를 반복한다. 이렇게 봐도 특별히 나무 화분에 도움이 될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7.jpg 우리는 바닥을 쓸어 담는 청소기이다 굴러라 굴러~



오늘도 역시 집안에서의 일과를 전부 보낸 후 놀이터에 놀고 있었다. 역시나 놀이터에서의 플레이도 동네 최고였다. 단 한 번을 쉬지 않고 그네 타다 모래밭을 뛰어가고, 시소 타다 모래밭을 뛰어가고, 미끄럼틀에서 점프! 그리고 모래밭을 뛰어가고.. 그렇게 놀이터 모래밭을 다 헤집고 나서 집으로 들어온다.

자 이게 전부이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부분은 집 현관 앞에서다.


쌍둥이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동작이라 쌍둥이의 시점이 아닌 옆집의 아주머니 시점에서 이야기해보겠다.


우리가 놀이터에서 집으로 들어올 때쯤 그 시간에 아주머닌 대체로 슈퍼로 장을 보러 가시는 시간이라 거의 대부분 마주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오늘도 역시 우당탕탕 뛰어나와 쌍둥이들의 집 앞으로 쌩 달려갔단다.

그리고 문을 바라보고 큰소리로


" 엄마 저희 왔어요! 문 열어주세요!"


그러자 바로 문을 열어준 것이 아니라 문안 쪽에서 엄마의 큰소리가 들렸단다.


" 놀이터 가서 신발 흙 다 털고 들어와! 그냥 들어오면 혼나!"


그 이야기를 듣고 아주머니는 쌍둥이들이 지나간 복도 여기저기에 모래들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뛰어놀았으니 아마 신발 안쪽에는 얼마나 가득 차 있으랴..

그래서 아주머니는 쌍둥이들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고 문 열림을 누르고 기다리시다가 그것을 보게 된 거였다.

시간이 조금 기다려도 쌍둥이들이 엘리베이터로 오지 않기에 아주머닌 쌍둥이네 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쌍둥이들이 조용히 옆으로 비켜와 신발을 벗었단다. 역시나 신발안에는 수북이 모래가 쌓여있었고 그것을 들고 화분으로 가더니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화분에 털었단다.


"화분아~화분아 밥 먹어라~배고프지~여기여기 밥이 있다 밥 먹어라~~"


우리 집은 5층이었다. 아무리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쌍둥이라도 다시 놀이터로 내려가긴 귀찮았다. 그냥은 못 들어가겠고 화분이 옆에 있으니 매번 그렇게 화분에 노래를 부르며 모래를 쏟아부었다.

지금은 생각이 정확하게 안나지만 만화영화 주제가였는데 그 노래에 화분아 밥 먹어라는 맘대로 붙여서 노래를 부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여러 번 보시고 나중에 우리 엄마를 마주쳤을 때 정말 크게 웃으면서 이 이야길 했줘단다.

이런 이유로 우리 집 화분은 우리 아파트 전체에서 가장 무럭무럭 잘 자라났다.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해지는 건 과연 계속적으로 모래를 갈아주며 밖의 영양분을 가져다줘서 그랬던 거일까? 아님 쌍둥이들의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나무의 밥이 되어 그런 것일까?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다. 내가 식물 박사는 아니니.

어쨌든 그 나무는 오랫동안 쌍둥이집 앞을 굳건하게 지켜주었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야외에다가 잘 심어주고 헤어졌던 기억으로 아직까지 맘속에 잘 남아있다.





나는 크고 작은 화분들과 작업실에서 동고동락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물을 주고 해도 나무들이 시들시들해서 속상했는데..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 중 가장 편한 신발을 신고 놀이터로 나가 뛰어놀아볼 예정이다.



놀이터를 헤집고 다닐 자.... 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olaoo_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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