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캐묻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생각보단 빡센 쌍둥이의 삶을 견딘 에세이# 구분법

by 오레오오


5.jpg 이래도 구분을 못할까

사람들이 자꾸 얼굴을 코앞까지 대고 누가 형이냐고 물으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처음에야 우리도 수줍게 배배 꼬며 누가 형인지 답했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했다.

그런데 숫자도 많아지고 반복되면서 지쳐가다 스트레스가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몇 번이고 마주쳤던 사람들이 계속 물어보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름 구분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 둘 만의 룰을 만든 것이다.

한 명이 상의를 빼고 입으면 다른 한 명은 옷을 바지에 집어넣어도 봤고, 엄마의 립스틱으로 얼굴에 점을 찍어 구분을 지어보기도 했다. 물론 엄마한테 혼나기만 했지 별 성과는 없었다.


아마 여러분들은 " 서로 다른 옷을 입으면 되잖아! 색이든 모양이든.."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그게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때 즈음 찍힌 사진들을 보면서 다른 옷을 입혀야 구분이 되는데 왜 같은 옷들만 입혔냐고 엄마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쯤 찍은 사진들은 거의 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모양도.. 색도..)


" 아니 쌍둥이라는 거 티 내고 싶었어요? 왜 이렇게 무늬와 색까지 같은 옷들로만 입힌 거예요?"


매우 상식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엄청나게 어이없어하며 그 답을 해주었다.


" 너네들 조금이라도 옷이 다르면 서로 그거 입겠다고 얼마나 싸운 줄 알아? 정말 작은 무늬 하나만 달라도 서로 그거 입겠다고 울고불고 싸우고.. 얘 그래서 똑같은 밖에 못 산 거잖아 기억 안 나? 얘 좀 봐..


뭐 기억이 아예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이유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 한참을 반성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옷으로는 구분하는 건 생각도 안 했을 거다.

5구분법.jpg 우리의 소원은 통일보단.. 이것

다시 구분법으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나름 생각해서 구분을 지어놓으면 거의 대부분 엄마한테 혼이 나는 종류였다. 무엇인가를 그리고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옷을 입는다던지 그런 것이었으니.

그러다가 우리가 왜 자꾸 오버하며 정상적이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엄마가 말해준 게 있다. 우리 둘의 차이점을.


바로 "점"이다.


형인 나에게 목에 뚜렷한 점이 있고 동생에게는 그 점이 없었다. 그것을 엄마가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우리는 정말로 몰랐다. 나는 점이 없는 동생 목을 보면서 " 아 내 목에도 점이 없구나 " 반대로 동생은 내 목의 점을 보면서 아 나도 당연히 점이 있겠구나 했다.

그저 웃음이 나고 이해가 안 가겠지만 정말 사실이다. 눈을 뜨고 바로 보이는 내가 아닌 나와 똑같은 얼굴을 보며 24시간을 지내면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볼 일이 거의 없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를 체크하게 된다. 이게 쌍둥이만의 조금 특별한 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때쯤 남들에게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구분점을 발견하게 돼서 엄청 신나 했었다.

그때는 하필 턱 밑에 가까이에 있어 고개를 들어야만 보인다는 점 그건 아쉬워했다.

그냥 볼때기에 있었음 편했을 텐데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보이는 데 있는 게 더 나은 거 같긴 하다.


그 뒤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다가온다면 고개를 바로바로 들고 말하지 않아도 알게끔 신속하게 행동했다.

그냥 점이 아닌 마법의 버튼처럼 사람들은 쉽게 다름을 알아채고 조금 덜 귀찮게 했다.

다만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끔 하늘 높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니 똑바로 다니라며 엄마한테 잔소리를 제법 들었었다.


그래서 분명 잘 찾아보면 다른 점이 있을 거라고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다. 구분점이 있다는 거다. 우리처럼 점이 아니더라도 주름이나 보조개 등 그런 것들이 분명히 있다. 이제 거리를 가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귀여운 쌍둥이를 만난다면 , 매직아이처럼 보이는 그 옷에 현혹되지 말고 찬찬히 얼굴을 보라. 그럼 아마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내 목에는 그 점이 있다.

그때보다 조금 더 크고 진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서로 붙어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꽤나 어른이 된 지금 뭐 서로 다른 곳에 사니 마주칠 일이 없다. 그래서 이제 이점은 "구분법"으로 쓰이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인다.


그때는 둘이 붙어있어 내가 형인지를 구분 지어주는 점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곁에 없기에 이점을 보면서 " 내가 쌍둥였지"라고 생각 들게 하는 그런 쌍둥이 점으로 역할이 바뀌어버렸다.


.

.

.

.


목에 이젠 필요 없는 진한 점을 가진 자.... 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olaoo_ws/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