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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06. 2022

강은 흘러가 버리는 걸까, 흘려보내는 걸까

-오늘의 기분, 43-44쪽.

  문학은 고통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역사적 기억에 대해 말하는 것을 지속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갖는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문제는, 피해자들의 온전한 치유와 진정한 역사적 화해의 길이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죄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라도 가해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5·18소설들은 모두 5·18때 살아남은 자들의 부끄러움과 죄의식에 대해, 항쟁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날 광주에 내려왔던 군인들은 가해자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괴물’이기만 했을까. 그들도 분단체제의 피해자라는 인식, 나아가 그들에 대한 기본적 인권에 대한 존중이 요구된다. 다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한 피해자들과의 연결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를 청하는 현실의 누군가의 손을 나는 덥석 붙잡을 마음이 없는 것이다. 말과 삶은, 그것을 일치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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