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벌어지는 일들
프랑스 정치가이며 미식가, ‘Physiologie du gout’ (The Physiology of Taste)의 작가인 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는 (Gastronomic essay) 장르를 만든 최초의 인물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다.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qui tu es.” -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내가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겠다.”
그만큼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프랑스인한테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프랑스인뿐 아니라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음식은 중요하다. 음식에서 우리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알 수 있으며 맛 좋은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이상의 기쁨을 얻는다. 그러므로 영어로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맞다.
나는 여기다가 하나 더 보태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그리고 특히 식탁에서 어떻게 먹는지, 그 사람의 식사예절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만큼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 정도로 예의를 차리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프랑스는 음식에 관해서도 진심이지만 식사예절도 그만큼 까다롭고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테이블 매너 혹은 다이닝 에티켓을 보면 그 사람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 만큼 프랑스인들에게 식사예절은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어찌보면 더 심각하고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불어권에 살면서 벌써 내가 옆에서 보고 배운 것만 열 가지가 넘는다. 그중 기본적인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식사예절을 여기에 적어보겠다. 어떤 것들은 유니버설 한 것들도 있지만 또 어떤 것은 프랑스만의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1. 항상 손은 접시를 사이에 두고 테이블 위에 보이게 둔다. 식탁아래에 손을 두는 것은 금지. 두 손이 테이블 위에 안 보이면 어려서부터 엄청 혼난다고 한다. 또한 팔을 테이블에 올리되 팔꿈치를 괴는 것은 안된다. 손을 테이블 위해 항시 보이게 두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쉽지 않다.
2. 오직 빵과 감자튀김만 손으로 먹을 수 있다. 다른 것은 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야 한다. (참고로 샐러드를 칼로 자른 것은 안되며 대신 칼을 사용해 접는다.)
3. 빵은 메인그릇 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메인디쉬 왼쪽위에 놓여진 작은 그릇 (괜찮은 레스토랑은 세팅되어 있다) 아니면 테이블보 위에 둔다. 이건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빵을 그릇 위말고 테이블보위에 놓으면 왠지 땅에 떨어진 걸 먹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빵을 먹을 때는 손으로 작게 찢어 한입에 먹는다.
4.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음식을 먹는다. 일본에서는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면 오히려 맛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낼 수 있는 경우는 딱 한 경우이다. 바로 “와인테이스팅” 할 때이다. 그때는 와인과 입안에 공기를 같이 섞으면서 와인을 소리내며 테이스팅 한다. 이 경우 말고 식사를 할 때는 후루룩, 쩝쩝 등등 음식 먹을 때 나오는 소리는 최대한 내지 않아야한다. 그리고 입안에 음식이 있는 채 말하는 것도 실례이다. 사실 소리내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과 음식이 입에 있는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기본 서양 다이닝 에티켓이다. 한국도 조용히 먹는 게 중요한 식사 예절중 하나 였는데 지금은 많이 바뀐듯 하다. 한국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면치기를 하는 걸 보면 너무 과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를 안 내고 어떻게 먹을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파스타는 돌돌 감아서 한입에 먹고, 수프도 너무 뜨거울 때는 먹지 않는다. 그리고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스푼을 사용해 최대한 한 번에 입에 넣으면 된다.
5. 호스트가 “Bon Appétit” 하기 전까지 기다렸다가 식사를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까지 먼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랑 같은 식이다.
6. 직접 자기 잔에 물이나 와인을 따르지 않는다. 테이블이 크지 않으면 대부분 호스트가 와인을 따라준다. 내 잔이 비였다고 함부로 와인병을 들고 따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물론 호스트가 게스트들의 와인잔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따라주는 게 호스트의 임무이기도 하다.
7. 와인을 마시기 전에 서로의 눈을 보고 “Santé!” (건강을 위하여)를 외치면 건배를 한다. 어색하긴 해도 이때 꼭 눈을 맞추고 건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드럭(bad luck)을 가져온다는 얘기가 있다.
8. 정말 급한 것이 아닌 이상 호스트가 식사를 끝내기 전에 테이블 뜨는 것은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9. 빵이나 치즈가 마지막 한 조각이 남았을 때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우선 권해야 되는 것이 예의이다. 그리고 아무도 안 먹겠다고 했을 때 그때 내가 먹을 수 있다. 사실 메인 디쉬가 끝나고 나서 치즈플래터를 돌아가면서 자를 때도 치즈마다 어떤 것부터 먹고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룰이 있다. 가장 중요한 룰은 치즈 자를 때 너무 욕심내서 크게 자르지 않는 것, 그리고 치즈를 깔끔하게 자르는 것이다. 치즈 속만 파지게 자르는 거만 조심하면 된다.
10. 포크와 나이프는 제일 바깥에서부터 사용하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그리고 포크 나이프를 두는 위치에 따라 식사 중인지 (4시와 8시 방향) 아님 식사를 끝낸 것인지 (대각선으로 나란히 둠) 표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식사예절이 있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미리 들어가서 앉아있는 것보다는 식당 앞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는 것.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까다롭고 복잡하게 보이는 프랑스 식사예절이지만 자세히 보면 상대를 위한 배려가 기본이다. 기다렸다 같이 먹고, 우선 남에게 음식을 먼저 권하고, 식사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하고, 또 호스트는 게스트를 챙기고 말이다. 이런 프랑스의 식사예절을 잘 알지 못했을 때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식사시간에 무례하게 혹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했던게 아닌가 싶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만약 프랑스에서 프랑스인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다면 그들의 식사예절을 알면 더 식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출처: https://thefrenchmagnoliacooks.com/12-old-french-restaurants-not-to-miss/